트럼프는 “깡패 법조인” 분노 트윗… “닉슨은 하야했지만 난 안 떠나”
1973년 미국 상원 워터게이트 청문회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폭로했던 존 딘 전 백악관 법률고문(위 사진)이 10일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10일 미국 의회에서 ‘데자뷔(기시감)’의 순간이 펼쳐졌다.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했던 존 딘 전 백악관 법률고문(81)이 46년 만에 다시 의회에 등장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딘 전 고문은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법방해 의혹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닉슨 전 대통령의 불법 도청, 은폐 행위 사이에 놀랄 만한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을 서술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보고서를 “‘워터게이트 로드맵’과 맞먹는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가 말한 ‘워터게이트 로드맵’은 1974년 리언 재워스키 특검이 닉슨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해 의회에 전달한 보고서다.
이날 청문회는 스타급 증인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혼란스럽게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딘 전 고문으로부터 트럼프와 닉슨 불법 행위의 유사성을 입증하는 발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화력을 집중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범법자인 딘 전 고문의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며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법률 전문가를 증인으로 데려와 질문 공세를 펼쳤다. 딘 전 고문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사법방해죄로 4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 측 증인이 되는 대가로 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딘 전 고문의 증언이 끝나자 “깡패 법조인” “루저(실패자)” “CNN에서 돈 받는 코멘테이터” 등의 분노 트윗을 연달아 날렸다. “닉슨 전 대통령은 하야했지만 나는 떠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