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산업2부 차장
2011년 1월 정부가 확정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은 사실상 ‘신도시 포기 선언’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등 구조적 변화에 따라 외곽 팽창 위주의 주택 정책이 효용을 다했다는 판단이었다. 신도시 모범사례로 꼽히던 일본 다마(多摩)신도시의 몰락이 집중 조명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대세는 도심 회귀로 바뀌었다. 주거, 상업, 업무, 문화 공간을 한데 모은 압축도시(compact city), 쇠락한 구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도 이 같은 패러다임 시프트와 맥을 같이한다.
빨리 약효를 내려는 생각에 정부는 조급했다. 3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도심의 자투리땅을 탈탈 털어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신성불가침 영역인 재개발·재건축을 건들 수는 없었다. 결국 서울 외곽 그린벨트를 허물어 신도시를 짓는 옛날 방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공급 확대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차로 3곳을 공개했다. 올해 들어 서울 집값이 들썩일 조짐이 보이자 당초 계획보다 두 달 앞선 지난달 2차로 2곳을 발표했다. 이르면 2년 뒤 분양을 시작한다. 토지 보상 절차도 과거에 비해 1년가량 앞당긴다. 그야말로 전격전이었다.
후폭풍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남양주 다산 등 인근 1, 2기 신도시에서 반발이 거셌다.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주거, 교통, 일자리를 갖춘 경쟁자가 생긴다니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일단 집을 지어만 놓고 후속 조치는 게을리했던 신도시 정책 30년에 대한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짓던 1, 2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했다. 수도권에만 십수 개의 신도시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신도시의 등장은 신도시의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인식했어야 했다. 교통 대책 몇 개로 달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정부는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 개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교통, 일자리, 도시·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해 연구와 논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왕 전문가들이 모인다면 3기 신도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전술’뿐만 아니라 한국의 도시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도 함께 고민해 주면 좋겠다.
김재영 산업2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