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아시아판)가 한국의 ‘꼰대’에 관해 집중 조명했다. 서열문화에 집착하는 나이 든 사람들을 꼰대로 꼽고 여기에 저항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세태를 ‘변화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지금은 권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막상 윗사람이 되면 역시 꼰대라는 조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오랜 경로사회의 전통도 빛이 바래듯 노인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들이 기승을 부린다. 국가인권위 노인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80%가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65세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노인들이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노인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오래(평균 73세까지) 일하고, 가장 가난하며(빈곤율 46%), 자살률에서도 1위(OECD 평균의 3.5배)를 기록했다.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에 ‘올인’한 뒤 자신의 노후 준비가 부족한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조금 뒤처지면 버려놓고 저만치 내빼는 세상에서, 노인들은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 하나 하기도 힘들어졌다.
▷15일은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자 우리 복지부가 정한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학대에는 방치나 무관심 빈곤도 해당된다. 누구나 공평하게 1년에 한 살씩 늙는다. 자신에게 반드시 닥칠 미래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면 그 인생 사이클은 얼마나 비참할까. 노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후대도 살기 좋은 세상임을 새겨봐야 한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