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현대중공업 울산 존치를 주장하며 삭발한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김도형 산업1부 기자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은 삭발을 감행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할한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서울행’에 반대해서다. 송 시장은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로 옮겨가는 건 시민의 열망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울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맨손으로 일궈낸 곳이다. 울산시민들과 시장이 박탈감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울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기자 역시 한국조선해양의 서울행에 섭섭함을 느낀다.
그의 삭발 투쟁 이틀 뒤 노조는 현대중공업 주총장이었던 한마음회관의 벽을 부수고 무대를 박살냈다. 지자체장이 흥분된 지역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고 질문한다면 무리일까.
더 당혹스러운 곳은 충남이다. 충남도는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1기에 조업정지 10일을 확정했다. 고로 브리더는 고로의 폭발을 막기 위한 안전밸브다. 그런데 이 브리더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통로라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충남도는 연간 400만 t의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를 멈추라고 했다. 고로는 4, 5일만 가동하지 않아도 쇳물이 굳어 복구에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 정비할 때 폭발을 막으려면 브리더 개방 말고는 다른 대안도 없다. 이 때문에 행정처분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양승조 충남지사는 10일 “처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구성원은 주민도 있지만 기업도 있다. 지자체가 기업의 잘못과 부조리를 특별히 눈감아줄 이유도 없지만 환경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된다는 학계의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조업을 중단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현재 기술로 대안이 없는 가운데 브리더를 문제 삼는 건 앞으로 기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는 업계의 목소리는 타당해 보인다. 만일 기업이 문을 닫으면 지역은 타격이 없겠는가.
지역 기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귀 막고 머리띠 두른 채 투사 노릇만 한다면 대립과 갈등의 퇴로는 누가 찾아줄까.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