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지상토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큰 시각차를 보였다. 동아일보 논설위원들을 상대로 검경 양 기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왼쪽 사진)과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박영대 sannae@donga.com·원대연 기자
전성철 논설위원
‘무소불위 검찰’은 일제의 잔재?
일본은 패전 이후인 1948년 미군정 체제에서 검사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경찰의 자질이나 인권의식, 우리 국민 수준 등이 1948년의 일본보다 못할 것이 뭐 있나. 이제 와서 수사권 조정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김 단장은 “한국 검찰이 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경찰의 과거 잘못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에 경찰 조서보다 우월한 증거능력이 부여된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다. 당시 검찰은 ‘검사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국회가 ‘경찰 조서는 고문을 해 받은 것’이라며 법을 고쳤다”고 했다.
존폐 기로에 선 수사지휘권
반면 이 단장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져도 검사가 경찰 수사의 위법성 통제는 할 수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론을 폈다. 수사 과정의 위법이나 인권보호 지침 위반에 대해서는 검사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는 기우라는 주장이다. 수사지휘가 사라지면 경찰과 검찰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수사지휘를 받는 체제에서는, 복종해야 하는 경찰이 굳이 검사를 찾아가 ‘제가 복종하러 왔다’며 협조를 구할 이유가 없지 않나. 상명하복 관계가 해소돼야 협조가 더 원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부작용은 없나
경찰이 잘못 판단한 사건은 적절히 통제해서 바로잡으면 될 일이지 그 같은 극소수 사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을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경찰에 수사권을 주면 지금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수사하게 될 것”이라며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도 본인 사건 수사가 잘못됐을 때 검경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가 분명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이 허술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암장(暗葬)되는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김 단장은 “경찰이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 건 아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대로라면 앞으로는 검사가 의심스러운 변사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경찰이 송치하거나 영장을 청구한 사건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보완 수사 요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매우 짧은(180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문제가 될 거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단장은 “수사지휘가 폐지되면 경찰이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에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겠다고 해도 검찰로서는 (보완 수사 등)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당사자가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기존에는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하면 당사자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사건 종결은 ‘검사의 처분’이 아니어서 재정신청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줄어들지 않은 검찰 직접수사
“검경 중립성 확보 방안 빠진 건 문제”
경찰 측도 “국회에서 검경 중립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권한 분산’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를 주장하는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자세였다. 이 단장은 “경찰은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경찰 안에 경비, 정보, 테러, 교통, 수사 등의 기능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책임져온 두 단장과의 연쇄 간담회에서 뚜렷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 하나 있었다. 현재 상정된 개정안은 △검경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두 기관의 불필요한 수사 경쟁과 중복 수사로 인한 국민 피해 등 검경 수사권 개혁의 시작이자 끝인 핵심 과제들에 대해 뚜렷한 답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여야 4당의 조정안은 단지 한 개의 견본이라고 간주하고 여야와 검경,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진지한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조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