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커지는 르노삼성 노조원들
“가동률이 떨어지다 결국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처럼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요. 새 노조를 만들자는 말까지도 나와요.”(르노삼성차 노조원)
“노조가 조합원 뜻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파업 불참 시 징계 운운하기에 노조를 탈퇴해 버렸어요.”(르노삼성차 노조 탈퇴 현장직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조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1년을 끌다가 전면파업으로까지 이어지자 내부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 경기가 꺾인 데다 친환경차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이대로라면 자칫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회사는 12일부터 야간조 없이 주간조만 근무하는 비상생산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상 조업 인원이 증가한다는 건 현 노조 집행부에 실망한 구성원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18년 차 직원 A 씨는 전화 통화에서 “현대·기아차를 보면서 ‘파업하면 임금이 오르겠구나’ 하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노조가 파업 대신 정상 조업을 선택한 노조원들의 사진을 찍어두는 방식으로 파업 참여를 압박해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강성 투쟁을 벌이고도 회사로부터 뭘 받아냈는가”라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노조를 탈퇴했다.
노조 조합원들은 집행부로부터 “르노그룹이 여전히 부산공장이 가진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을 하더라도 나중에 봉합만 되면 유럽 수출용 생산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산물량을 해외에 빼앗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또 다른 노조 탈퇴 직원 B 씨는 “조립라인, 도장라인에는 파업 참여자가 많다. 이 때문에 파업 참여율이 낮아도 완성차 생산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노조 집행부의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날 출근한 조합원 C 씨는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에 소속된 공장 중 한 곳일 뿐이라 앞으로 한국GM 군산공장처럼 문 닫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강성인 현 노조 대신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르노삼성차의 다른 조직들도 이날 전면파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 본사·영업사원대표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끝 모를 파업으로만 가는 노조의 무리수는 모두를 공멸로 내몰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연구소 사원대표위원회도 “집행부의 일방적인 전면파업이 협력업체의 도산 위기는 물론 신차 프로젝트에도 차질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협력업체 대표 20여 명은 이날 노조 집행부를 항의 방문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