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 보존 현장 올해 복원 마친 황남대총 유리잔… 40년 만에 파편 해체해 재접합 학예연구사 “중압감에 잠 못자”… 전체 소장품 1000만점 넘는데 보존 전담 전문가는 12명뿐… 수리-보존 특화센터 건립 추진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연구진이 고려시대 불상인 목조관음보살상을 치료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과학 분야의 전문성 강화와 체계적인 문화재 치료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보존과학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부 연구실. 박영만 학예연구사는 돋보기안경을 머리에 고정시킨 채 목조관음보살좌상 앞에서 1시간째 흡수력이 좋은 종이를 들고 마치 지혈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전통 접착제인 아교를 주사기에 넣고, 불상 외부의 금박이 뒤틀린 곳에 조금씩 바르고 닦고 있던 것. 800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 오면서 차츰 훼손돼 간 불상 문화재가 조금씩 제 모습을 찾던 순간이다.
이 보살좌상은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유일한 유희좌(遊戱坐·오른쪽 다리를 굽혀 세우고 왼쪽 다리는 아래로 내린 모양) 불상이었다. 내부는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외관을 장식하는 금박이 울퉁불퉁 탈락돼 응급 치료가 필요했다. 박 연구사는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작업을 할 때는 숨쉬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이 문화재는 먼 길을 떠나 미국의 프리어&새클러 박물관에 전시 대여할 예정이라 더 세심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도 치료
이해순 학예연구사는 “예민한 유리 재질이라는 특성과 국보라는 중압감에 6개월간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보존에 완치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에 지금도 모니터링과 추가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 문화재를 보유 중인 해외 박물관에서도 국내에 보존 처리를 의뢰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자랑한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리트베르크박물관은 소장 중인 조선 후기 불화 ‘추파당대사 진영’이 곰팡이와 얼룩 등으로 훼손되자 지난해 5월 박물관에 보존을 요청했다. 진영은 1년에 걸친 보존 작업 끝에 다시 스위스로 돌아가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인력과 공간
지난해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은 41만296점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등록 박물관은 873개, 전체 소장품은 1000만점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부분 박물관의 경우 보존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 처리를 위탁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2005년 용산으로 이전될 때만 하더라도 문화재 보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 이미 보존처리실은 포화 상태”라며 “시급한 수리가 필요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만 따져도 7만 점에 이르지만 현재 인력과 공간에선 1년에 1000점밖에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의 보존과 수리를 위한 ‘보존과학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미 프랑스국립박물관은 6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 복원 연구 센터(C2RMF)’를 운영 중이고, 중국은 고궁문물원 보존센터에 160명이 넘는 전담 인력이 보존에 매달리고 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전문성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보존과학센터가 내년부터 설립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