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Sharon Van Etten ‘NoOne's Easy to Love’(2019년)
A는 소모적 사랑을 하고 있었다. B를 만나면 행복해 보였지만 시간문제였다. 밤이 오면 A는 B를 향해 울며 소리 지르기 일쑤였다.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된다고들 한다. 모르긴 몰라도 A야말로 어쩌면 하나를 사랑했던 게 아닐까 싶다. 타인이 아닌 철저히 자신만을 향한 사랑. 상대방의 인두겁 안에 자신을 주입한 뒤 열렬히 원하고 원망하는…. 나를 끔찍이 사랑해주길 바라는 대상이 다름 아닌 자신은 아닐까. A와 B의 일은 꽤 오래전 이야기다. 시간이 희미한 색을 칠해 버려 이젠 뭐가 뭐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샤론 밴 에튼도 아픈 사랑을 했다. 그의 옛 연인은 에튼이 프로 음악가로 활동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고 했다. 아팠지만 사랑한다고 믿었으므로 에튼은 계속해서 사랑을 했다.
힙합처럼 철컹거리며 다가오는 리듬, 지글거리는 전기기타 소리. 미국 싱어송라이터 샤론 밴 에튼이 5년 만에 낸 앨범 ‘Remind Me Tomorrow’(사진)에 수록한 ‘No One‘s Easy to Love’는 무심한 듯 차갑게 시작한다. 이내 진눈깨비처럼 신시사이저 분산화음이 내려온다. 그것은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하다.
에튼은 잠시 앨범 제작을 쉬는 동안 새로운 짝을 만났다. 아이도 기르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사랑은 영영 풀기 힘든 인류의 난제다. 사랑이 과연 무엇이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 맞긴 하나부터 그럴지 모른다.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도. 태양을 피할 수 없다. 영원한 밤은 꿈속에서만 빛나고 햇빛은 기어코 새벽빛 다이얼을 맞춰내 문 따고 들어온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