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별세]국민들에게 남긴 유언
헌화하는 김홍업-홍걸 형제 10일 별세한 이희호 여사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앞)과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헌화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남긴 유언에는 ‘국민 행복과 평화통일’이라는 그의 마지막 바람이 담겨 있었다.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상임이사가 11일 공개한 유언장에 따르면 이 여사는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제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마지막까지 영원한 동반자로서 DJ의 발자취도 꼼꼼히 챙겼다.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 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 달라”고도 요청했다. 지난해 변호사 입회 아래 작성된 이 유언장은 세 아들의 동의를 거쳤다.
임종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병문안을 왔을 때도 이 여사는 의식을 되찾았다. 박 대변인은 “권 여사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저희가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여사님, 좋으시겠습니다. 대통령님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하니 갑자기 이 여사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고 전했다.
빈소 내부는 여야 지도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노태우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조화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DJ 생전 정적(政敵)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 여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녀의 삶을 바쳤으며, 남북 간 대화를 촉진했다”며 “평화를 향한 그녀의 노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주민들은 이 여사를 추모하며 하의면사무소에 분향소를 차렸다. 분향소는 14일 발인까지 운영한다.
강성휘 yolo@donga.com / 목포=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