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침몰 13일만에 인양
선체수색 나선 한국-헝가리 대원들 지난달 29일 침몰 사고 후 13일 만인 11일(현지 시간) 모습을 드러낸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외관. 선체 곳곳에 침몰로 긁히고 찢긴 자국이 선명해 사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이날 오전 6시 47분경부터 인양 작업을 시작한 헝가리 당국은 선체 추가 파손을 우려해 쇠줄을 하나 더 설치한 후 약 6시간 반 만에 인양을 완료했다. 부다페스트=뉴시스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사고 13일 만인 11일(현지 시간) 오전 마침내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약 6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양 작업 결과, 선체에 있던 헝가리인 선장과 한국인 여성 관광객 3명 등 시신 4구가 추가 수습됐다. 33명의 한국인 탑승객 중 사망자는 22명, 생존자는 7명, 실종자는 4명이다.
이날 인양은 예정보다 약 20분 늦은 오전 6시 47분 시작됐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현지 날씨를 고려해 아침을 택했다. 사고 직후 9m를 넘었던 침몰 지점의 수심은 이날 6.8m였고, 유속도 시속 3.5km 정도로 사고 후 가장 느렸다. 강선들이 철제 바지선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기를 몇 번, 침몰 지점 하류 쪽에 있던 인양선 ‘클라크 애덤’과 허블레아니호가 연결된 4개의 와이어가 팽팽히 당겨졌다. 오전 7시 13분에 선체 윗부분인 조타실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물 밖으로 나온 허블레아니호에는 사고 당시의 처참한 흔적이 생생했다. 침몰로 인해 긁히고 찢긴 자국이 선명했다. 선체 좌측 바닥 부분도 움푹 찌그러져 있었다. 창문은 모두 깨졌고, 관광객들이 부다페스트 야경을 보기 위해 올랐을 갑판과 난간은 종이처럼 구겨져 있었다. 선체 틈새마다 수풀과 부유물이 가득했다. 창고로 쓰였던 선수 쪽에는 사망자들이 미처 사용하지 못한 구명조끼가 널브러져 있었다.
오전 11시 9분경 객실에 가득했던 물이 빠지자 한국 구조대원들이 헤드라이트를 켠 채 내부로 진입했다. 약 20분간 객실을 샅샅이 뒤졌지만 안타깝게도 실종자 4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 후 부다페스트에 머물며 애타게 실종자 발견 소식을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한국 신속대응팀 측이 마련한 별도 장소에서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원치 않아 현장 가까이에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기상 조건이 좋았지만 인양 작업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허블레아니호의 손상이 워낙 심했던 데다 선체가 좌측으로 기울어졌기 때문. 인양 중 선체 추가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헝가리 당국도 추가 쇠줄을 설치하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양 작업은 이날 오후 1시 30분 허블레아니호가 바지선 위로 옮겨지면서 끝났다.
헝가리 경찰 측은 이날 인양 작업이 끝난 뒤 “남은 실종자 4명을 찾기 위해 인력과 헬리콥터 등 수사 장비와 노력을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수사팀은 허블레아니호 선체 내외부를 정밀 감식하고 ‘바이킹 시긴’호와의 교신 기록 등이 남아있는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다페스트=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 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