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해달라"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이순자, 자서전서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존경심 깊어" 매년 명절 및 전두환 내외 생일마다 선물 보내 축하
숙환으로 별세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문 둘째날인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52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조문을 마친 이씨는 유족 가운데 고인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작은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했고 다른 유가족과는 악수와 인사만 나눴다.
방명록을 남기지 않고 빈소를 나온 이씨는 “안에서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주셨냐”, “한 말씀만 해달라”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며 병원을 떠났다.
고인의 남편인 김 전 대통령은 이씨 남편인 전 전 대통령과 깊은 악연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위협으로 여겼던 전두환 신군부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1980년 5월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언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고 김홍일 전 의원까지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그러자 이 여사는 눈물을 삼키며 남편과 아들의 한복 수의를 만들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남편의 석방을 직접 청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을 하지 않고 전 전 대통령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복권해줬다.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생일에 빠진없이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이씨는 자서전에 “김 전 대통령 영부인 이 여사에 대한 내 존경심도 깊다”며 “김 전 대통령 재임 중 이 여사는 매년 설, 추석, 그리고 그분의 생신과 내 생일에 선물을 보내 축하하는 일을 단 한 번도 잊지 않으셨고 올해까지 그 진심 어린 정성과 예는 계속되고 있다”고 적었다.
자서전 출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우리가 제일 편안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