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 - 김승리 대치동 대표 국어강사
김승리 국어연구소 제공
글을 읽는다는 것
필자는 국어를 가르치며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이 과목만큼 얄미운 과목도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일단 1교시에 보는 과목이라는 점, 시간 압박이 상당히 강한 과목이라는 점, 무엇보다 ‘이렇게 공부하면 100% 당신이 원하는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과목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이렇다 보니 다른 과목과 다르게 ‘교수법’에 대한 학생들의 호불호가 상당히 강하게 갈리는 과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년, 아니 매순간 나 자신의 강의를 좀 더 엄격하게,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되고, 한편으론 과연 어떤 학습법이 확실하게 학생의 점수를 올려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를 이 기사를 빌려 독자들과 공유해 보고자 한다. 대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글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수능 국어 영역이 요구하는 것은 표준화된 ‘이해’와 ‘기억’이다
우선, 우리가 글을 읽을 때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요소에 대해 점검해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생들이 수능 국어 영역에서 접하는 모든 글(Text)은 기본적으로 독자에게 ‘이해’와 ‘기억’을 요구한다. 물론 지문의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문항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내용을 이해하고 지문에 속한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이해’와 ‘기억’이라는 것은 표준화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잔인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학생들 개인이 어떤 유전자를 타고났느냐에 따라 똑같은 글을 읽어도 그것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정도는 다를 것이며,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평소 어떤 분야에 적성과 흥미가 있었는지의 여부 역시 이해와 기억의 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수능 국어 영역은 기본적으로 45문항이 모두 서술형이 아닌 ‘객관식’이다. 이는 수능 국어 영역이 어느 정도 글에 대한 표준화된 이해를 묻고 있음을 시사한다. 만일 수능 국어 영역이 서술형이었다면 학생 개개인의 지문에 대한 이해 수준을 묻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정답과 오답이 45문항에 걸쳐 존재하는 것은 ‘이 정도는 당신이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했다’를 묻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이해와 기억을 어떻게 학습해야 할까
예를 들면 독서의 경우 지문의 논지 전개 방식은 어떠한지, 지문에 제시된 특정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서로 다른 둘 이상의 대상이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어떤 개념이나 현상의 인과 관계는 어떠한지 등을 일관되게 묻는다. 즉 위에서 언급한 것들만큼은 학생들이 지문을 읽으며 이해하고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항목들은 평가원이 요구하는 ‘표준화된 이해와 기억’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학습해야 이러한 표준화된 이해와 기억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일 텐데,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1) 좋은 틀(Frame)의 형성
(2) 필수 지식 체계(Schema)의 형성
일전에 국어 학습법과 관련한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의 강연에서 들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국어는 19년의 인생이 집약된 과목이다.’ 그렇다. 이 과목은 당신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무엇에 흥미와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과 같은 여러 변수들이 혼합되어 처음 접하는 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답이 없는 것은 아니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느 정도는 표준화된 길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 길 위에 서서 우직하게 나아가자.
무더운 여름을 당신이 잘 견뎌 내길 바라며 당신의 건투를 빈다.
김승리 대치동 대표 국어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