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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주민들 “축구 보니 기운난다”… 폴란드 교민들 “고국 선수들이 큰 선물”

입력 | 2019-06-13 03:00:00

‘U-20월드컵 새 역사’에 활력 충전




정정용 감독 모교 “점심식사 무료 제공” 정정용 축구대표팀 감독의 모교인 경일대는 12일 한국의 우승을 염원하는 의미로 학생식당에서 재학생 모두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경산=뉴스1

리틀 태극전사의 쾌거를 바라보는 감격과 환희에는 장소와 시간이 따로 없었다. 12일 전국에선 새벽잠을 잊은 축구 팬들이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에콰도르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4강전을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1만5243명이 들어찬 현지 경기장 곳곳에서도 “대∼한민국”의 응원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4월 화마에 휩쓸려 고초를 겪은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은 축구대표팀이 세계무대에서 쓰는 드라마에 힘을 보탰다. 동해 시민 200여 명은 이날 동해시 웰빙레포츠타운 종합경기장에 모여 단체 응원을 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주민들은 무릎담요를 덮고 치킨을 함께 먹으며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번 단체 응원은 동해시설관리공단이 강원 산불 이후 처음 기획한 문화행사였다. 오세일 전략기획팀장은 “산불 이후 동해시가 침체돼 있어 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며 “결승전 때도 다시 한번 단체 응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황태현(20)이 뛰고 있는 안산은 연고지 시민 100여 명과 단체 응원을 했다. 황태현은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승까지 하고 돌아가겠다”고 화답했다.

대학가는 기말고사 기간이지만 또래들의 세계무대 정복을 응원하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운 학생이 많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호프집에서 친구 5명과 경기를 관전한 대학생 이유민 씨(20·여)는 “젊은 선수들이 국가 위상을 높이는 모습을 보며 괜히 나까지 뿌듯했고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말했다.

치킨집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치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굵직한 축구 경기가 잇따라 열리면서 6월 주문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40% 늘어났다. 결승전은 주말인 16일 오전 1시에 열려 치킨집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대표팀 정정용 감독의 모교인 경일대(경북 경산시) 캠퍼스는 12일 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기념해 학생식당에서 재학생 모두에게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경일대 관계자는 “결승전 때는 학교 단체 응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회가 끝나면 정 감독 초청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폴란드 현장에도 한국 응원의 물결이 거세게 일었다. 폴란드로 출장을 온 박규정 씨(53)는 “해외 출장 중에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며 “결승전까지 보려고 귀국 스케줄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교민 오중열 씨(59)는 “티켓을 구하기 어려워 30즈워티(약 9400원)짜리 표를 판매 대행 사이트에서 약 7배 가격에 샀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폴란드 교민 사이에서는 이번 대회가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루블린=이승건 why@donga.com / 이소연·박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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