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수 사회부 차장
‘무토’는 윤 전 장관이 2013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의 통일분과 위원 자격으로 만나 저녁 식사를 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이다. 윤 전 장관은 무토 전 주한 일본대사가 강제징용 소송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고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검사가 강제징용 재판 개입과 관련된 3가지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시인했다. 하지만 외교부 문건과 직원의 메모를 근거로 윤 전 장관이 회의에서 했다는 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묻자 “제가 기억이 안 난다”, “언뜻 생각나는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두 번째는 소인수회의다. 윤 전 장관은 2013년 12월과 2014년 11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삼청동 공관에서 대법원 판결 확정의 부당함을 법원행정처장에게 직접 브리핑했다. 이 공관 회동을 윤 전 장관은 정상회담의 ‘1 대 1’, ‘2 대 2’ 회동을 의미하는 일본 외교용어 ‘쇼닌즈 가이고(少人(수,삭,촉)(회,괴)合)’에서 따와 소인수회의로 명명했다. 소인수회의에선 대법원 소부 판결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판결을 뒤집는 전략이 논의됐다.
세 번째는 콘클라베다. 가톨릭 교황을 뽑는 비밀 추기경 회의인데 윤 전 장관은 법정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콘클라베라고 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했다”고 말했다. 소인수회의 자료 준비를 위해 외교부 청사에서 윤 전 장관이 주재한 심야 대책회의가 콘클라베였다. 외교부 문건에는 윤 전 장관이 ‘국내적으로 이기고 국제적으로 지면 정권이 날아가는 문제’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검찰은 IOC에서 강제징용 판결의 파장을 처음 인식한 윤 전 장관이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소인수회의를 제안했고, 이 회의 자료를 콘클라베에서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실무자와 전직 장관이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재판 개입 의혹을 풀 핵심 질문은 피해갔다.
윤 전 장관은 재직 중 의사 결정을 주로 비밀회의에서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정 증언에서 이 비밀회의를 방패 삼아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는 비판이 많다. 그가 장관으로서 4년 2개월 재임하는 동안 강제징용 재판이 지연됐다. 그 경위를 소상히 국민들에게 밝히는 게 전직 고위 공직자의 도리다.
정원수 사회부 차장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