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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의사당 포위한 反中 시위대… 범죄인 인도법안 심의 연기

입력 | 2019-06-13 03:00:00

시위대 수만명 도심 도로 점거… 경찰, 최루탄-물대포 발사로 대응
친중파 다수 입법회 20일 표결 예정… 시위대 “폐기 때까지 무기한 농성”




‘제2 우산혁명’ 치닫나 12일 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대를 향해 발사한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거리 곳곳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시위가 확산되자 이날 오후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무력 진압에 들어갔다. 홍콩=AP 뉴시스

대학생 등 젊은층이 주도해 주요 도심을 점거하고 입법회(의회)를 포위한 12일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는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을 연상시켰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섰다.

이날 대학생, 상인, 예술인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시위대 수만 명은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를 외치며 입법회를 둘러싸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에 홍콩 정부는 예정됐던 법안 심의를 연기했다. 시위대는 법안 표결이 예정된 20일까지 입법회를 포위한 채 무기한 농성을 이어 가겠다고 밝혀 제2의 우산혁명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법안은 홍콩이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인권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 매체들은 이날 오후 4시 홍콩 경찰청장이 시위를 “폭동으로 선포”한 뒤 경찰이 무력 진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루탄, 최루액, 고무총뿐 아니라 살상력은 낮지만 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으로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빈백건(bean bag gun)’까지 동원했다. 경찰이 시위대 강제 해산에 돌입할 때의 충돌로 최소 22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이 입법회를 포위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학생 등 시민 수백 명은 전날 저녁부터 입법회 주변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옷을 입었으며 일부는 노란색 헬멧과 고글을 썼다. 시위대가 도로의 블록을 깨서 모으는 장면도 포착됐다. 버스 통행도 전면 중단됐다. 2014년 우산혁명 당시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후 처음으로 시위대가 도로를 막아 점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젊은 시위대는 “법안을 폐기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우리를 과소평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대가 정부를 겨냥해 “홍콩을 팔아넘기는 배신자들”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대형 은행은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도록 유연 근무제를 허용했다.

인터넷에는 중국이 홍콩으로 군대를 투입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악의적 가짜 정보”라고 반박했다. 시위대는 중국 인민해방군 주둔지 인근인 하코트로드에서 경찰과의 밤샘 대치를 준비했다.

70석의 입법회는 대부분 친중파 의원들이 장악해 이날 2차 심사 연기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상정하는 대로 곧바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9일 대규모 시위 같은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