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 일원화 1년… 성과와 과제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는 한강 상류 팔당댐의 모습.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하는 물 관 일원화가 이뤄진 지 1년을 맞으면서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 관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남=뉴스1
지난해 8월 창녕함안보는 녹조 원인 물질인 남조류 개체 수가 mL당 35만 개 이상으로 치솟았다. 남조류는 1만 개 이상이면 경계 단계로 분류된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환경부는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에서 물 4000만 t을 방류했다. 남조류 개체는 방류 하루 만에 35만 개에서 15만 개 수준으로 줄었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상류에서 물을 방류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기존에는 댐의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수질은 환경부가 맡았다. 각각 역할이 다르다 보니 수질을 위해 수량을 포기하는 정책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수량과 수질 등 모든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창녕함안보의 녹조 해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수자원공사 측은 “물 관리 일원화로 환경부와 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긴밀해졌고, 의사 결정이 빨라져 방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관리기본법 제정으로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지 꼭 1년이 됐다. 국토부의 수자원국과 홍수통제소가 환경부로 이관됐고,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산하로 이전했다. 물 관리의 방점이 수량 중심의 개발에서 수질과 환경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다.
실제 물 관리 일원화 이후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해 관리하다 보니 창녕함안보처럼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대응이 빨라졌다. 지난해 11월 한강 팔당댐에서 맛과 냄새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2-MIB)이 발생했을 때도 소양강댐에서 1억5000만 t을 방류해 해결했다.
용수 공급 체계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 소속 기상청과의 연계가 강화되면서다. 기상 예보와 댐 저수량 예측을 연동해 용수 이용 계획을 더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집중호우가 쏟아질 땐 용수를 적극 저장해 100억 t 분량의 예비 용수를 확보했다. 이는 팔당댐이 보유한 용수의 48배 규모로, 최근 50년 동안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예비 용수를 확보한 것이다. 용수 공급이 안정되면 댐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된다.
○ 물 관리 개선 효과 12조 원
하천의 자연 여과 기능 강화는 장기 과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마다 정화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농장에서 나오는 가축 분뇨 등이 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강 자체의 자정 기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지난해부터 부산 강서구 평강천에서 자연 여과 기능을 갖춘 저류 공간인 ‘에코필터링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다. 물이 지나가는 길목에 천변 습지와 여과 틀 등을 설치해 약품 처리 없이 자연적으로 SS(부유물질)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에코필터링’의 효과가 검증되면 다른 하천에도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서 상수도가 가장 비싼 곳은 강원 평창군으로 1m³당 1466원이다. 반면 경북 군위군은 1m³당 376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싸다. 이렇게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상수도 가격 문제를 전국통합수도계획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올 하반기부터 유역별 수도지원센터를 신설해 상수도가 노후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돗물 품질을 높이는 종합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런 물 관리 개선으로 향후 30년간 약 12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물 관리 일원화 및 물관리기본법 1주년’ 기념식을 열고 물 관리 일원화의 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발표한다. 또 다음 달에는 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1차 물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창녕=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