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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새콤매콤 토마토 육수와 면발의 조화

입력 | 2019-06-13 03:00:00


서울 마포구 멘멘의 ‘토마토바질츠케멘’.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전북 장수의 백화산 자락에 있는 하늘소마을에 가본 적이 있다. 평범한 산골마을의 홈페이지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온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인간들이 자신의 분뇨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흙으로 되돌린다면 인류가 먹고살기 위한 식량은 충분할 것이다.’ 마을엔 수세식 변기가 없고 주민들은 인분을 2년 정도 퇴비장에서 묵혀 자연 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을에 가기 위해 한참 오르막길을 걷던 도중 마을에서 준 선물이 있었다. 바로 잘 익은 토마토 한 알. 한입을 베어 물었는데 꾸밈없는 토마토의 진국이 흘러내렸다. 그 이후론 맛있는 토마토의 지표가 하늘소마을 토마토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 그와 비슷한 토마토 맛을 만나게 됐다. 2대에 걸쳐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퇴촌의 ‘토마토아뜰리에’(대표 김인성)는 반드시 땅에서 다 익은 토마토를 따서 배송하는 것이 약속이다. 그러다 보니 농가의 하루가 무척 분주할 수밖에 없다. 이곳은 벌을 이용해 수정을 시키고 토마토에 지난해 발효된 토마토를 사료로 주는 순환농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얼마 전 유럽 토마토를 홍보하는 이탈리아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토마토를 ‘레드골드(Red Gold)’라 불렀다. 자국의 토마토 퀄리티에 자신감이 얼마나 넘치는지 ‘황금’이라는 별칭까지 붙인 것이다. 외국인이 볼 땐 이런저런 고추 종류가 엇비슷해 보이지만, 한국인들은 어느 고추가 더 맵고 단지 요리조리 봐가며 용도에 맞게 요리한다. 한국인에게 고추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토마토가 평생의 친구처럼 다양하고 편하게 쓰이는 채소임에 틀림없다.

채소의 유통 기간을 생각하면 다 익기 전 수확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노지에서 완숙된 토마토만 만나면 습관처럼 얼른 베어 먹기 시작한다. 어릴 적 토마토는 제대로 된 노지 완숙 토마토였을 텐데, 왜 그렇게 설탕을 뿌려 먹었을까? 당시는 많은 사람들이 토마토가 과일이라 여겼기에 더 달게 먹어야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토마토의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맛집을 몇 곳 소개해본다. ‘멘멘’은 삶은 면을 진한 육수에 찍어 먹는 쓰케면 전문점이다. 적당히 매운기가 도는 진한 토마토육수에 맨들맨들한 면발을 푹 적셔 먹는 것은 상상한 것보다 무척 잘 어울린다. ‘하이디라오’는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 전문점이다. 육수 종류도, 소스 종류도 무척 많아 선택장애인들은 난감할 수 있는데, 순하면서도 시원한 육수의 훠궈를 원할 때 토마토탕 선택은 후회가 없을 것이다. ‘울트라멘’에서는 돼지육수인 돈코쓰에 껍질 벗긴 홀토마토가 시원스럽게 들어간 라멘을 먹을 수 있다. 육수의 무거움을 토마토의 신맛이 깔끔히 잡아준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멘멘=서울 마포구 토정로 23-1. 토마토바질츠케멘 1만500원

○ 하이디라오=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7길 54. 훠궈세트 1인 1만8900원 또는 2만9900원. 토마토탕 선택

○ 울트라멘=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122길 14. 토마토라멘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