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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조타실 지킨 허블레아니 선장…선사측 “한국어 안내 만들 것”

입력 | 2019-06-13 16:39:00

파노라마 데크 “시긴호 신호없이 앞지르려다 사고나”
“구명조끼 있었지만 상황 급박해서 별 소용이 없어”



30일 새벽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과 현지인 1명을 태우고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의 정상 운항 모습. (파노라마 덱 홈페이지) 2019.6.8뉴스1


헝가리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크루즈선에 들이받혀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사고 13일 만에 인양됐지만 아직도 남은 실종자 수색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양된 허블레아니호 선체에서는 가장 먼저 헝가리인 선장이 발견됐다. 조타실에서 발견된 선장은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 지켜 침몰 당시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대조를 이뤘다.

허블레아니호를 포함해 8척의 소유 선박을 운영하던 ‘파노라마 데크’사의 배들은 사고 이후 운행을 중단하고 회사 근처에 정박해 있었다.

파노라마 데크 관계자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가 모든 안전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지만 유람선이 불과 7초 만에 침몰했기 때문에 조난신호조차 보내지 못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유람선을 추월 신호 없이 앞지르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앞으로 선박 운영이 정상화된 이후에는 선체 내부에 한국어로 된 비상구 안내나 구명조끼 관련 안내 등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명조끼·승선 정원 등 규정 준수…‘7초’에는 무용했다”

미하이 토트 파노라마 데크 대변인은 지난 8일 뉴스1과 만나 허블레아니호 선장이 수십년 경력의 소유자라고 전하면서 “그가 조난신호조차 보내지 못했을 만큼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다”고 침몰 당시를 설명했다.

토트 대변인은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가 승선 정원 규정·구명조끼 관련 규정·승무원 승선인원 규정·유지관리 의무 등을 모두 지키고 있었지만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생존자들이 ‘구명조끼 관련 안내가 전혀 없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서 토트 대변인은 “유럽연합(EU) 규제에 따르면 허블레아니호와 같은 여객선에서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이 직접 구명조끼를 나눠주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객 개개인이 알아서 구명조끼를 착용할 경우 도리어 신속하게 탈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긴급한 상황에 훈련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직접 나눠주고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것이 규정”이라고 했다.

이어 구명조끼가 충분한 양만큼 준비돼 있었지만 7초라는 짧은 침몰시간 안에는 승무원이 이를 나눠주거나 착용을 안내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킹 시긴, 신호 없이 추월하려다 사고낸 걸로 추정”

토트 대변인은 사고 이후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바이킹 시긴이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려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수상교통에서는 추월을 할 때 뒤의 선박이 앞의 선박에게 승인을 구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며 “승인을 얻은 뒤에는 왼쪽으로 추월할 것인지 오른쪽으로 추월할 것인지를 앞선 선박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선박은 추월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 경우 절대로 추월을 해서는 안 된다.

사고 당시 다뉴브강에서 운항 중이던 선장들의 증언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은 당시 앞서 있던 허블레아니호에게 추월을 해도 되냐는 승인을 구하지 않고 접근했다. 바이킹 시긴이 승인을 구했다면 당시 선박을 운전하던 선장들이 무전 교신에서 관련 내용을 들었어야 하는데 이를 듣지 못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다만 토트 대변인은 “무전 교신 내용 기록은 당국만이 가지고 있어서 이를 사고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당국이 교신 기록에서 관련 내용을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에 적극 협조 중…한국어 안내 만들겠다”

파노라마 데크 측은 헝가리 검찰 등 조사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트 대변인은 “선박 유지·보수 기록과 직원들에 관한 서류, 당시 상황에 관련된 선장들의 증언, 허블레아니호의 청사진과 관련 증명서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필요하다면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파노라마 데크 측은 침몰 선박이 인양되고 유람선 운항이 재개됐을 때 한국어로 된 비상구 안내와 긴급상황 시 행동요령 안내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트 대변인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한국어 안내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어뿐 아니라 자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언어들로 긴급상황 안내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람선이 인양된 이후에 운항은 다시 가능하겠지만, 두 명의 동료를 잃은 파노라마 데크 직원들의 트라우마가 언제 극복될지는 알 수 없다”며 “너무나 비극적인 사고”라고 덧붙였다.


(부다페스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