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우승에 이제 단 한 경기 남았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16일 오전 1시(한국 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첫 정상 정복을 노린다. 누가 이기든 새 역사다.
양팀 모두 총력전을 벌일 태세이지만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19일 6경기 연속 쉼 없이 달려오면서 고갈된 체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특급 조커’의 한방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후반전에 투입되는 쌩쌩한 조커의 활약에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조영욱(20·FC 서울)과 엄원상(20·광주)이 ‘체력전의 해결사’로 꼽힌다.
조별리그에서 선발 공격수로 나섰던 조영욱은 세네갈과의 8강전부터 조커로 보직을 변경했다. 그는 전반에 체력을 비축한 뒤 후반에 투입돼 폭발적 움직임으로 골을 노리고 있다. 세네갈전에서 조영욱은 연장 전분 6분 이강인(18·발렌시아)의 패스를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제몫을 해냈다.
5-4-1 전형을 주로 사용하는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수비 라인 뒤 공간을 상대에게 허용하지 않기 위해 5명의 수비를 두는 팀이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의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가 롤 모델인 ‘조궤로’ 조영욱은 저돌적 돌파와 왕성한 활동량이 강점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수비진을 붕괴시킬 카드로 꼽힌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조영욱은 폭발적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들 사이를 파고드는 침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시점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13일 열린 슈퍼매치(서울-수원 라이벌전) 미디어데이에서 “좋은 타이밍에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게 조영욱의 장점이다. 그는 팀이 필요로 할 때 딱딱 골을 넣는 능력이 있다. 결승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원상은 정정용 대표팀 감독(50)이 조별리그부터 꾸준히 조커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대회 6경기에 출전한 그는 5경기에 교체(선발 1경기)로 나섰다. 정 감독은 전반에 수비에 치중한 전술로 상대 체력을 떨어뜨린 뒤 후반에 발 빠른 공격수 엄원상을 투입해 상대 수비를 몰아붙이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스피드가 뛰어난 엄원상은 측면 돌파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킨다. 이 때문에 중앙에 위치한 공격수들이 수비수를 떼어놓은 상태에서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측면 공격수 엄원상은 대표팀의 ‘엄살라’로 불린다. 스피드와 1대1 돌파 능력이 뛰어난 리버풀(잉글랜드)의 에이스 무함마드 살라흐와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원상이 형은 워낙 빨라서 외국 선수들이 막지를 못한다. 그는 마치 빠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엄원상은 결승전에서도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그는 “결승전이라는 무대의 모습이 아직 상상이 잘 안된다. 경기장에 가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