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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최고령 응원단장’ KT 김주일의 꿈 “야구선수 아들 응원가는 내 손으로”

입력 | 2019-06-14 10:30:00

KBO리그 ‘최고령 응원단장’으로 통하는 KT 위즈 김주일 응원단장(42)은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프로야구 선수로 뛴다면 내가 직접 응원가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훨씬 더 많았던 팀. 자연히 응원하는 팬들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KT 위즈가 1군에 진입한 2015년부터 응원단상에 서왔던 김주일 응원단장(42)은 그럴 때마다 크게 외친다. “안 된다, 못 한다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

● 백지에서 시작한 KT의 응원문화

어린 시절부터 응원단장을 꿈꿨던 그는 2002년 수원을 홈으로 쓰던 현대 유니콘스의 단상에 서며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3년 두산 베어스를 거친 뒤 2004년부터 2014년까지는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최고의 인기 팀 KIA를 맡아 2009년 우승까지 목격했다. 그리고 2015년, 신생팀 KT가 1군에 진입하며 김 단장이 합류했다. 김 단장은 “내 인생의 시작과 끝이 수원이다”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KT도 1군 5년차다. 어느 정도 팬덤이 공고해졌다고 봐도 될까?

“KT 팬들은 정말 열광적이다. 늘 얘기하지만, 팀 성적이 어느 정도 괜찮다면 KIA나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등 인기 팀과 응원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최근 KT의 홈 승률이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팬들의 분위기도 달라진 게 느껴진다.”

-2015년 당시, 모든 선수의 응원가부터 하나씩 만들어야 했다. 백지에서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KT는 응원단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단이다. 일부 타 구단은 응원가를 만드는 데 여러 사람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초안에 못 미치는 응원가가 나올 때가 많다. 또 다른 구단은 ‘왜 이때 이 응원가를 틀었나’는 얘기까지 한다. KT는 내게 믿음을 준다. 그래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 박승욱, 강민국, 이준수 등 새 얼굴들이 많이 나와서 행복한 고민이다. 저작인격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개시는 힘들지만, 그들의 응원가도 제작이 얼추 마무리 됐다. 기대해 달라.”

KT 위즈 김주일 응원단장.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나 역시 프로 아닌가”

김 단장은 팬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적극 소통한다. 최근 김 단장의 SNS에는 병상에서 찍은 사진이 여러 차례 업로드됐다. 수술로 입원 중인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개인 시간을 보낼 틈이 없다. 여성 병실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도 없다. 모친이 서울에 입원했을 때는 매일같이 병원 주차장에서 쪽잠을 잤다. 그리고 야구장에 출근해 응원을 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김 단장은 “선수들처럼 나 역시 프로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들르는 스케줄이지만 단상에서만큼은 늘 밝게 웃고 있다”며 애써 웃었다.

-나이로는 최고령 응원단장이지만 단상 위의 에너지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서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거냐’는 얘기가 많다.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큰 직업이니까. 예전에는 ‘35세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도 계시지 않나. 다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야구 커뮤니티도 매일 같이 살펴본다. 나는 이 일을 오래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응원단장 말고는 해본 적도 없다. 그래야 나와 가족들이 살 수 있다. 생계형 응원단장인 셈이다(웃음).”

-아들 하진 군(10)도 야구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앞으로 야구 선수가 될지 알 수 없는 시기다. 어느 날은 아들이 ‘아빠, 내가 프로가 되면 내 응원가는 아빠가 만들어줘’라고 하더라.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이 띵했다. 아들의 응원가를 만들 때까지 단상에 서고 싶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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