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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붉은 수돗물’ 보름째 원인도 몰라

입력 | 2019-06-14 03:00:00

검단지역 등 초중고 급식 차질 계속
당국 “수질 나아졌다” 발표에도… “피부질환 걸려” “설사했다”
인터넷 카페엔 부작용 호소 잇따라… 조사단, 이르면 내주초 결과 발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보름이 됐지만 유해 여부는커녕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주민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수질이 나아졌다고 발표했지만 사태 초기부터 갈팡질팡하는 인천시 대응에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다.

1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붉은 수돗물이 처음 나온 이래 접수된 수돗물 관련 민원은 2만 건에 이른다. 붉은 수돗물 현상이 두드러진 중구 영종도와 서구 검단지역 153개 유치원 및 초중고교에서는 이날도 정상 급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중 67곳은 수돗물 대신 생수로 밥을 짓고 10곳은 인천시 급수차 지원을 받아 급식하고 있다. 50곳은 급식을 중단하고 빵 우유 등으로 대체했고 5곳은 외부에 위탁해 급식하고 있다. 영종도 일부 고교는 지하수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4일부터 급식 대신 빵과 우유 바나나를 점심으로 내놓던 공항중학교는 식사량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자 13일 생수로 급히 떡볶이를 만들어줬다. 영종도 A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이모 씨(41)는 “아이가 대체급식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구청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부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붉은 수돗물 관련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오르고 있다. 인터넷 카페 ‘영종도 엄마들의 모임’에는 “아이가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에 걸렸다” “생수로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있다” “수돗물을 마셨다가 설사를 했다” 등의 글이 잇달아 게시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수돗물을 마시고 복통, 피부질환 등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약 30명이다.

인터넷에서 수돗물 필터를 구입해 사용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특히 서구와 영종도의 식당가는 주민들이 외식을 꺼리면서 매상이 줄고 있어 울상이다.

서구는 주민자치센터 21곳에서 하루 평균 8t 분량의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14일부터는 관내 경로당에 생수를 배달한다. 12일까지 서구에서만 수돗물 관련 민원 1만3338건이 접수됐다.

인천시는 자체 페트병 수돗물인 ‘미추홀’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일부터 13일까지 350mL, 2L들이 아리수 페트병 약 10만 병을 지원했다. 소방청은 이날 서울과 경기 지역 소방차 20대를 인천에 파견해 용수 공급을 지원했다. 소방청은 학교 병원 요양원에 우선 투입하되 119로 용수 공급을 요청한 곳으로도 출동한다.

10일 문제가 된 지역의 수돗물 시료를 채취, 분석하고 있는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박희제 min07@donga.com / 차준호·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