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政敵)이었던 두 집안은 돈독한 사이로 반전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우리가 제일 편안하게 살았던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로 대했다. 얘기를 전할 수 있는 언로를 터주시고, 우리 집 양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2년 전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이같이 회상했다. 이순자 여사는 이희호 여사를 콕 집어서 “참 존경한다”고 했다. 이희호 여사가 명절과 전 전 대통령 부부 생일 때마다 난과 장뇌삼을 보내준 일화도 소개했다. 이순자 여사는 12일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혼자 찾아 조문했다.
▷1974년 8월 15일. 이 여사의 장남 홍일 씨 결혼식 날이었다. 식을 준비하던 이 여사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피격 소식을 들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렀다. 이 여사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안의 야당이라고 하는 말도 들었는데, 그렇게 비명에 가서 몹시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 여사는 정치인의 아내로 살면서 많은 이들과 불편한 인연을 맺었지만 화해와 용서의 노력을 기울였다. 고인의 사회장은 오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다. 추모식을 마친 뒤 이 여사는 영원한 동반자였던 DJ 묘소에 합장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