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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영어, 충분한 준비로 학부모 지지 되살리길[현장에서/김수연]

입력 | 2019-06-14 03:00:00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A 씨는 자녀 영어학원비로 월 40만 원을 지출한다. 지난해 교육당국이 ‘초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전면 금지하면서 하는 수 없이 학원에 보냈다. 입학 직전까지도 방과 후 영어수업의 ‘부활’을 기다린 A 씨는 부랴부랴 학원 투어에 나섰다. 학기 초였지만 대기자 명단에라도 올리려는 학부모들로 때 아닌 문전성시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학원의 배만 불린 역설적 상황이 된 것이다.

방과 후 영어수업은 학원보다 저렴하게 기초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은 제도다. 2017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초등학교 중 80.7%가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교육단체들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요구하자 교육부는 지난해 초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실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학원에서 배우라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결국 성난 민심을 의식한 교육당국은 올 3월 법을 바꿔 방과 후 영어수업을 부활시켰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튼 것은 잘한 결정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미 많은 학생이 학원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초교 2학년 자녀를 둔 B 씨는 “레벨 테스트를 거쳐 실력에 맞는 반을 배정받았고, 벌써 진도를 많이 나갔다”며 “굳이 학교의 방과 후 수업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동아일보가 올 1학기 초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의 개설률은 2017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50.2%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에선 전체 초교 1298곳 중 영어교실을 개설한 학교가 479곳(여름방학 개설 예정 포함)에 불과했다. 인천은 250곳 중 141곳(56.4%)만이 영어교실을 개설했다. 서울도 603곳 중 460곳(76.3%)에 그쳤다.

보통 ‘방과 후 수업’을 실시하려면 사전 준비에만 2, 3개월이 걸린다. 직전 학기 말인 11, 12월 수요조사를 한 뒤 운영계획을 세우고, 수업 장소를 확보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3월 개학한 이후 방과 후 수업을 다시 하라고 하니 상당수 학교는 “수업 공간이 없다” “계획 수립이 빠듯하다”며 1학기 개설을 포기했다.

교육정책은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갈팡질팡하면 그 피해는 학부모와 학생, 학교 현장에 돌아간다. 이제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은 방과 후 영어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지 속에 안착하도록 교육당국이 충분한 교실 확보와 강사 채용으로 2학기를 준비하길 바란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