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사 위기 인문사회과학 지원 시급[기고/신희권]

입력 | 2019-06-14 03:00:00


신희권 충남대 교수·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한국 대학은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재정 여건이 악화돼 연구와 교육 환경이 피폐해지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은 시간강사를 대폭 줄이고 있다. 일부 강사의 신분 안정성은 높아지겠지만 대다수는 강사 시장에서 쫓겨날 처지다.

연구개발(R&D) 분야 같은 이공계 전공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시장 수요가 적은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은 존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장성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사회적 가치재로서의 의미가 큰 학문이기 때문에 시장 기능에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

선진국은 인문사회 분야에 상당한 재정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연구위원회 예산의 9% 이상, 미국은 국립과학재단과 국립인문기금 연구지원 예산의 7%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지원한다. 프랑스는 국가가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를 국립학술연구센터(CNRS) 소속으로 고용한 뒤 대학이나 연구소에 파견한다. 기본 4년 계약에 평가를 거쳐 재계약이 가능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이 보장된다.

반면 한국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 R&D 예산은 20조5328억 원인데 이 가운데 인문사회 분야는 1.5%(3009억 원)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R&D 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2.1%이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0.3%다.

정부가 4월에 자립 가능한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과 연구자들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가는 비전임 연구자나 경력단절 연구자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선 시간강사 연구 지원 사업은 강사법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까지는 강사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올해 추경예산에 긴급 편성해야 한다. 또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인문사회 분야에 한정할 게 아니라 학계가 중심이 돼 학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중장기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학술연구 지원은 멀리 내다보고 꾸준히 밀어줘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신희권 충남대 교수·국공립대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