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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로 번진 ‘울산 검-경 고래싸움’

입력 | 2019-06-14 03:00:00

고래고기 불법환부사건 2년째 갈등
檢 ‘피의사실 공표죄’ 경찰 입건하자 경찰청 “10년간 無기소” 대검에 공문




“최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검찰의 관행적 피의사실 공표 위반을 지적하면서….”

경찰청 수사국이 13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에 보낸 공문 중 일부다. 검찰과거사위가 지난달 27일 “검찰이 2008∼2018년 피의사실 공표죄로 접수한 사건을 기소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한 발표를 경찰이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경찰청은 ‘피의사실 공표 허용 기준을 두고 혼란이 크니 검경 수사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하려고 공문을 보냈다지만 ‘검찰이 모순됐다’고 지적하려는 속내가 다분했다.

경찰청이 이례적인 공문을 대검에 보낸 건 최근 울산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두고 점화된 검경 갈등 때문이다. 울산지검은 12일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직속 팀장에게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들이 약사면허증 위조 혐의로 구속한 A 씨 사건을 올 1월 검찰로 송치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언론에 배포한 걸 문제 삼았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알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는 형법 126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울산경찰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경찰은 경찰청 공보규칙과 판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기준에 따라 기소 전이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경찰 수사 종결 단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논리대로면 경찰 단계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모두 처벌 대상”이라며 “숨은 의도가 있는 억지 표적수사로밖에 보이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울산경찰청이 2017년 울산지검 검사의 ‘고래 고기 불법 환부(還付·도로 돌려줌)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검찰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 유통업자한테서 경찰이 압수한 고래 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이 위법하게 되돌려줬다고 주장한 시민단체의 고발을 경찰이 수사하면서 검경 갈등으로 비화됐다. 이 사건은 이번에 검찰이 피의자로 입건한 광역수사대장이 지휘했다.

울산지검의 수사가 알려지자 경찰 내부망에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 경정급 직원은 “울산 사건이 피의사실 공표죄면 경찰 경력 19년, 수사 경력 15년인 저도 자수하겠으니 입건하라”고 적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