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ea FARM SHOW]하동 숭어 스마트양식장
○ 지능형으로 진화하는 국내 스마트양식
“먹이를 한번 줘 볼까요?”
태블릿PC를 통해 양식장의 실시간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숭어가 얼마나 자랐고 무게는 얼마인지 추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 박사가 미리 캡처해둔 수중 영상을 가져온 뒤 숭어의 머리와 꼬리에 커서를 설정하자 자동으로 몸길이가 측정됐다. 몸길이를 바탕으로 이 숭어의 무게를 추정한 수치도 자동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가두리 그물이 훼손되는 등 양식장 시설물에 문제가 생기면 수중 드론을 투입해 상태를 점검한다. 폐사한 물고기를 찾아내 수집하는 것도 수중 드론의 몫이다. 이 박사는 “이런 방식으로 부산에 있는 수산과학원에서도 이곳 양식장을 원격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경남 하동군 중평항 인근 숭어 가두리양식장에서 이동길 국립수산과학원 박사가 태블릿PC를 이용해 먹이를 주고 있다(왼쪽 사진). 수산과학원은 이곳 수조 6개에 스마트양식장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하동=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총 1.4ha 규모 스마트양식장에서 숭어 65만 마리를 16개월간 키우면 18억4000만 원의 어가소득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 양식법을 이용해 거둘 수 있는 소득(5억 원)의 3.7배 규모다. 숭어의 생존율이 높아져 매출액이 38% 증가하고 인건비와 사료비가 각각 44%, 20% 절감되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산물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수산자원 어획량은 줄어들면서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산물 총생산량(382만 t)의 58.9%를 양식으로 생산했다. 어촌인구가 고령화하고 양식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양식 중에서도 스마트양식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고 친환경 방식으로 수질을 관리할 수 있어서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스마트양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지능형 기술이 도입되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초보자도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양식업의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 해수부는 국내 스마트양식장의 보급률을 2017년 2.5%에서 2030년 1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상에 이어 7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내수면 스마트양식장 플랫폼도 구축한다.
문제는 국내 양식어가의 대부분이 가족 중심으로 영세하게 운영돼 스마트양식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마트양식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일정 규모 이상의 양식장이어야 시설 구축이 용이하다. 이에 해수부는 별도로 소규모 양식어가에 적합한 자동먹이공급 시스템 등을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선두로 한 글로벌 양식시장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어 등 수입 수산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스마트양식을 통한 가격과 품질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양식이 확대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식어촌연구실장은 “스마트기술로 양식업에 젊은 인구가 유입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