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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로 먹이 주고 수중드론으로 점검… 원격관리도 가능

입력 | 2019-06-14 03:00:00

[2019 Sea FARM SHOW]하동 숭어 스마트양식장




10일 경남 하동군 금남면 중평항에서 1.5km가량 떨어진 바다 위 숭어 가두리양식장. 총 0.44ha 규모의 수조 6개에서 숭어 26만 마리를 키우는 이곳은 겉보기에는 일반 양식장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수조마다 설치된 먹이 공급 장치, 수중카메라, 경광등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 마련된 컨테이너 건물에는 이날의 수온, 용존산소, 염분 등 양식장 정보가 표시된 작은 전광판과 함께 ‘스마트 피시팜 관리시스템’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이곳은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해상 스마트양식장 통합관리 플랫폼을 시범운영하는 양식장이다.

○ 지능형으로 진화하는 국내 스마트양식

“먹이를 한번 줘 볼까요?”

이동길 수산과학원 박사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를 켜자 먹이 공급, 어체(魚體) 측정, 사육 현황, 수중 영상 등의 메뉴가 나타났다. 먹이공급에서 4번 수조를 고르고 원하는 먹이량을 선택한 뒤 공급 버튼을 누르자 4번 수조의 경광등에 불이 켜지고 먹이 공급 장치에서 천천히 배합사료가 뿌려졌다. 모터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정확하게 200g의 먹이가 나왔다.

태블릿PC를 통해 양식장의 실시간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숭어가 얼마나 자랐고 무게는 얼마인지 추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 박사가 미리 캡처해둔 수중 영상을 가져온 뒤 숭어의 머리와 꼬리에 커서를 설정하자 자동으로 몸길이가 측정됐다. 몸길이를 바탕으로 이 숭어의 무게를 추정한 수치도 자동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가두리 그물이 훼손되는 등 양식장 시설물에 문제가 생기면 수중 드론을 투입해 상태를 점검한다. 폐사한 물고기를 찾아내 수집하는 것도 수중 드론의 몫이다. 이 박사는 “이런 방식으로 부산에 있는 수산과학원에서도 이곳 양식장을 원격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경남 하동군 중평항 인근 숭어 가두리양식장에서 이동길 국립수산과학원 박사가 태블릿PC를 이용해 먹이를 주고 있다(왼쪽 사진). 수산과학원은 이곳 수조 6개에 스마트양식장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하동=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창성수산이 운영하는 이 양식장에 스마트기술이 도입된 건 지난해 10월이다. 해양수산부와 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3년간 스마트양식 통합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뒤 이곳에서 실증화 연구를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다른 스마트양식장처럼 자동화, 원격제어 기술만 구현돼 있어 언제 얼마나 먹이를 줄지 등을 사람이 일일이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숭어의 단계별 성장 데이터를 수집한 뒤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하는 지능형 기술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4ha 규모 스마트양식장에서 숭어 65만 마리를 16개월간 키우면 18억4000만 원의 어가소득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 양식법을 이용해 거둘 수 있는 소득(5억 원)의 3.7배 규모다. 숭어의 생존율이 높아져 매출액이 38% 증가하고 인건비와 사료비가 각각 44%, 20% 절감되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양식업 경쟁력 높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수산물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수산자원 어획량은 줄어들면서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산물 총생산량(382만 t)의 58.9%를 양식으로 생산했다. 어촌인구가 고령화하고 양식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양식 중에서도 스마트양식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고 친환경 방식으로 수질을 관리할 수 있어서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스마트양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지능형 기술이 도입되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초보자도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양식업의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 해수부는 국내 스마트양식장의 보급률을 2017년 2.5%에서 2030년 1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상에 이어 7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내수면 스마트양식장 플랫폼도 구축한다.

문제는 국내 양식어가의 대부분이 가족 중심으로 영세하게 운영돼 스마트양식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마트양식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일정 규모 이상의 양식장이어야 시설 구축이 용이하다. 이에 해수부는 별도로 소규모 양식어가에 적합한 자동먹이공급 시스템 등을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선두로 한 글로벌 양식시장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어 등 수입 수산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스마트양식을 통한 가격과 품질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양식이 확대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양식어촌연구실장은 “스마트기술로 양식업에 젊은 인구가 유입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했다.

하동=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