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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제개혁 이끄는 ‘미스터 에브리싱’ 한국 IT-신재생에너지에 관심 커

입력 | 2019-06-14 03:00:00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이달말 방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MBS·34)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경제협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왕세제 신분으로 1998년 방한했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2005년 8월∼2015년 1월 재임·사망) 이후 한국을 찾는 사우디 최고위급 인사다. 현직 국왕의 방한은 아직 없었다. 이번 그의 방한은 사우디가 한국과의 협력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장기적인 경제개혁 의지 강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탈(脫)석유 전략’을 주창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그가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관심의 폭을 더 넓힐 가능성이 크다. 그는 특히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문화 등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사우디가 북서부 타부크주(州) 네옴, 홍해, 수도 리야드 인근 낏디야에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초대형 신도시를 만드는 이른바 ‘3대 메가시티 개발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메가시티 개발 과정에서 첨단 IT 및 에너지 기술들을 대거 적용할 계획이어서 한국 건설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중동 전문가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다. 양국 경제 협력이 과거보다 더 새롭고 끈끈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의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비전 2030’을 기획하고 이끌고 있다는 점도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그는 비전 2030을 통해 △여성 운전 허용 및 경제·사회활동 참여 확대 △외국인 방문 기준 대폭 완화 △의료 서비스 민영화 추진 △스타트업 활성화 등 과거 사우디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파격적 개혁을 주도했다.

국제 유가가 비교적 정체돼 있고, 셰일가스 등 새로운 에너지 개발로 원유 수출을 통한 재정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사우디를 강도 높은 경제 체질 개선으로 내몰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원유에 편중된 산업 구조, 무상 의료 등 대중영합주의 성격이 강한 복지 정책으로 어려운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 아부다비 왕세제·쿠슈너 백악관 고문과 가까워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5년 전 세계 최연소(당시 30세) 국방장관에 오르며 사우디 실세로 인정받았다. 이후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밀어내고 왕세자가 됐다. 개혁 정책으로 사우디를 변화시켰지만 끊임없는 정적 탄압으로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피살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지목받으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카슈끄지 피살 후 인권, 민주화 등에 관심이 많은 서구보다 상대적으로 경제협력에 관심이 높은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에 치중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2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을 누비며 수백억 달러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한 뒤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의장국인 일본과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일본에 이어 2020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이자 역시 2월 한국을 찾았던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MBZ)와도 막역한 사이다. 둘은 이란 견제, 예멘 내전 개입, 아랍 왕실에 적대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 반대 등에서 공동 전선을 취하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유대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도 가깝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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