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디자인 듀오 ‘패브리커’
서울 종로구의 ‘젠틀몬스터’ 쇼룸(왼쪽 사진), 서울 성동구의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2016년 문을 연 ‘어니언 성수’. 패브리커 제공
패브리커의 디자이너 김동규(왼쪽)와 김성조.
오래된 공간의 재생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패브리커의 작업은 오랜 대화와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이기에 돋보인다. 목욕탕을 개조할 때는 서울 시내 오래된 목욕탕을 샅샅이 뒤졌고, 폐선박을 가져올 때는 충남 대천에 오래된 배가 흉물로 방치된다는 기사를 보고 움직였다.
서울 종로구의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카페 ‘어니언 안국’. 패브리커 제공
공간에 접근하는 방식도 새롭다. 보통 상업 공간이 상권이나 접근성을 따진 뒤 디자인을 맞추는 반면에 패브리커는 디자인에 맞는 공간을 먼저 찾는다. 카페 어니언 2호점이 미아, 3호점이 안국에 열리게 된 이유다. 만약 안국동의 한옥을 찾지 못했다면 3호점이 ‘어니언 제주’가 될 뻔했다고.
김동규는 “카페는 좋은 공간과 콘텐츠가 쏟아지는 ‘격전지’이기 때문에 음료를 팔아 돈을 버는 확장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어니언의 공간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예술가가 작업할 때의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블루보틀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해외 유학 경험이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두 사람 모두 성균관대 서피스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꼽고 스스로를 ‘김치 아저씨’로 칭한다. 그런데도 ‘어니언 안국’을 찾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두 사람은 ‘어니언’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만 해도 브랜드가 너무 많은데, 우리는 아직 대기업만 떠올리잖아요. 서울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