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이재갑 노동장관, 경제현안 다른 목소리 “정년연장 아직 힘들다…최저임금→소득감소? 증거부족”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스1
정년연장과 최저임금 등 민감한 노동현안에 대해 정부 내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적 대립이 첨예한 노동현안에 대해 경제수장과 노동부 장관이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경제 주체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국제노동기구(ILO) 정기총회 참석차 방문한 제네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정년연장 등 최근 노동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1분위 소득이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소득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홍 부총리는 경제부처 수장이니까 경제적 관점에서 얘기했을 것”이라며 “1분위 가계소득 감소와 최저임금을 연계하는 것은 명확하게 확인할 길이 없다. 서로 추론만 하지, 이게 이렇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특히 경제가 어려우면 임시일용직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는 점을 봤을 때 최저임금이 아닌 다른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다, 아니다, 얘기하기에는 증거가 없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경제현안인 최저임금 관련 발언을 하면서 국책기관의 분석과 공식통계를 근거로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부처간 이견은 경제현안에 대한 정보 공유와 토론이 부족한 문제점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가 앞서 만 65세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이 장관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어 “60세 정년연장 의무화가 2~3년 됐는데, 우리 노동시장에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고, 미진한 것이 있으면 어디가 미진한가, 청년 고용대체가 발생했는지 등 아직 분석이 안 됐다”며 “더 분석하면서 봐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홍 부총리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지난해 노동부보다 먼저 제시하고 추진한 데 대해서도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우리(노동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했는데, 얘기해 버리니, 참…. 부총리께서 하시는 거니까 뭐…”라고 언급했다. 노동부가 내부 검토를 하고 있던 사안을 바깥으로 꺼낸 데 대한 당혹스러움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홍 부총리가 지난해 선제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방안을 언급하고 추진하자, 노동계는 물론 해마다 최저임금을 정해 온 최저임금위원회조차 반발했다. 당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개편안이 통과되면 지금 위원은 필요가 없다”며 단체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정부의 일방적 개편 추진에 대한 항의로 해석됐다.
다만 이 장관은 홍 부총리가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의 존재에도 계속해서 최저임금 관련 발언을 내놓는 데 대해서는 “그만큼 노동이슈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그럴 것이다. 경제가 좀 더 살아나기를 희망하는 측면에서 하는 것”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