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1~3월)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사상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17% 넘게 감소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제조업 분야에서 ‘탈(脫)한국’ 조짐이 나타나면서 국내 고용난이 점점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내놓은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 부동산 금융보험 도소매 광업 분야의 전체 해외 투자액은 141억1000만 달러(약16조7000억 원)로 작년 1분기보다 43억7000만 달러(44.9%) 증가했다. 이 같은 1분기 해외투자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 4분기(10~12월)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규모였다.
이 가운데 제조업 분야 해외 투자는 1분기 57억9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의 2.4배 수준으로 늘어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CJ제일제당이 2조1000억 원을 들여 미국 2위 냉동식품업체 ‘쉬완스’를 인수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시장을 개척하려는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분기 국내 기업이 미국으로 직접 투자한 금액은 36억5000만 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액의 27%에 이른다.
한국에서 해외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반면 기업의 국내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했다. 제조업체의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기계류와 운송장비 중심으로 투자가 부진한 상태다. 외국인이 한국에 직접 투자한 금액도 1분기 31억7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5.7% 줄었다. 기재부는 이날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