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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물음표에서 느낌표로… 과학은 어떻게 진화했나

입력 | 2019-06-15 03:00:00

◇옥스퍼드 과학사/이완 라이스 모루스 외 12인 지음·임지원 옮김/656쪽·3만8000원·반니




백과사전 포스에 제목도 딱딱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20페이지 정도만 극복하면 푹 빠져들 것이다. 끝인상은 첫인상과 달리 흥미롭고 말랑말랑하다. 지적 호기심도 적당히 채워준다.

현대인은 과학의 눈부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학을 잘 모른다. 실험실 이미지나 세기의 발명을 떠올리는 정도다.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학사, 즉 과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분야 13인의 전문가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의문을 품고 고민하고 진보하는 과정을 짚어나간다.

책은 1부 ‘기원을 찾아서’와 2부 ‘과학을 하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고대 및 중세시대 지역별 과학 발전사를 시간순으로 다룬다. 피상적으로 알던 과학 지식을 깊게 파고든다. 교과서에서 살짝 건드린 부분에 역사, 인물, 이야기를 덧입혀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구바빌론 시대의 작은 점토판에는 2개의 대각선이 그어진 정사각형이 새겨져 있었는데, 사각형 위에는 ‘루트2’와 근사한 숫자인 1:245110이 쓰여 있다”거나 “(송나라 때) 개인의 질병, 전염병, 자연재해는 지식과 도덕성과 행동의 문제라고 봤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2부에서는 현대로 넘어온다. ‘실험 문화’ ‘자연을 탐험하기’ ‘생명의 의미’ ‘우주 지도를 그리기’ ‘이론의 전망’ ‘과학의 소통’ 등 6개 주제를 조명한다. ‘과학은 탐구의 여정’ ‘실험은 실험실에서’ 같은 흔한 명제의 이면을 다룬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16세기 중반∼18세기 후반) 여행자들은 타지의 사람, 관행, 풍경을 조사하고 도시화된 국가의 중심지와 제도에 연결시키고자 했다. … 동시에 실험실이라는 개념이 과학의 상징으로, 그리고 실험이 과학의 관행으로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