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회 연설서 비핵화 대화 촉구
스웨덴 국왕과 마차 탄 文대통령 스웨덴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실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환영식에서 “정치와 기업, 복지와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현장을 방문해 스웨덴의 비전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배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스톡홀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시에 문 대통령은 신뢰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대화를 꼽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의 빗장을 걸어둔 북한이 다시 남북,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에서 잇달아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것도 ‘신뢰’(25회)와 ‘대화’(18회)였다.
○ 文 “北 평화 지켜주는 건 핵무기 아닌 대화”
문 대통령은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양에서의 남북 합의에 의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가 철수되고, 남북 공동 유해 발굴 등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 정도 행동으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앙자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북한에 대한 각국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는 현실을 설명한 것이다.
○ 남북미 향해 ‘신뢰’ 강조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남북 국민 간 신뢰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라는 세 가지 신뢰를 제안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 여론을 향해 동시에 “서로를 믿어야 한다”는 의미를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가 무너지면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이 무너지고 전 세계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화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가 하루아침에 또는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대화에 회의적인 한국과 미국의 일부 보수, 강경 진영을 향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대화를 통한 해법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도 했다.
북한의 체제 보장도 거듭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첫해 밝힌 ‘4No’(대북 적대 정책, 대북 공격, 북한 정권 붕괴, 인위적인 통일 가속화 반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이 신뢰와 대화, 북한의 체제 보장을 강조한 연설의 장소로 스웨덴을 택한 것은 스웨덴과 북한의 관계 때문이다. 스웨덴은 서울과 평양, 판문점에 공식 대표부를 둔 유일한 국가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월 남북미 실무 협상이 열렸던 곳도 스웨덴이었다.
스톡홀름=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