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가… ‘사회주의’ 바람 뒤엔 말 따로, 행동 따로 진보 논란
박용 뉴욕 특파원
‘부자 증세’를 들고나와 ‘백만장자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그가 알고 보니 최근 2년간 약 20억 원을 벌어들인 상위 1%의 ‘백만장자’였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샌더스 의원 부부가 지난해 미국 가구의 소득 중간 값(6만1000달러)의 9배인 56만1293달러를 벌었다”고 전했다. 대선 이듬해인 2017년엔 113만1925달러를 벌었다. 그는 “운이 좋다”고 말했으나, ‘운빨’로 번 돈은 아니다. 자신이 혹독하게 비판했던 승자독식 사회에서 상위 1% 슈퍼스타들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도약했다. 미 정치권에 드문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확장성과 차별성이라는 슈퍼스타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여세를 몰아 대선 직후 베스트셀러 ‘우리의 혁명(Our Revolution)’을 출판하는 등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는 책을 써서 2016년 84만 달러, 2017년 85만6000달러를 벌었다”고 전했다.
부자들의 자발적 기부도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한 대학 졸업생 400명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대신 갚아주겠다는 억만장자 투자자의 약속에 대해 “매우 관대한 일이지만, 국가가 할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해 총소득의 3.4%인 1만9000달러를 기부했다. 일부 책의 인세도 기부했지만 그의 자산 규모와 지난해 낸 세금, 파격적인 ‘부자 증세’ 주장을 떠올리면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샌더스 의원이 지난해 낸 세금은 14만5840달러다. 실효세율은 26%다. 이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는 “그래서 샌더스가 당선돼 부자들의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내 돈은 감추고, 남의 돈은 펑펑 쓰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 편에 서겠다는 신념과 정치적 상상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남은 맹렬하게 비판하면서 행동으로, 실력으로 믿음을 주지 못하면 혹독한 검증을 받는다. 대선 재수에 나선 샌더스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중산층 조’로 불리는 중도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고 진보 성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도 맹추격을 당하는 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진보’로 살아가는 건 참 어렵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