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날씨 이야기]강수량 많아도 물 부족 국가 될 수 있다

입력 | 2019-06-15 03:00:00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지난달 10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북한이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2년 전에는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라 보도했는데 해마다 악화되는 가뭄에 올해는 아예 표현을 바꿔 버렸다. 올해 5월까지 북한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54.4mm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달 5일자 기사에서 가뭄으로 대동강 수위가 낮아지고 지하수도 줄어들어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 모내기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

2일 북한 조선중앙TV의 농업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6월 논에서 모내기가 하루 늦어질 때마다 정보(약 1만 m²·약 3000평)당 100kg의 벼 소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가뭄으로 인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은 136만 t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25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하루 1만 t의 식량을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136일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행정안전부에서 10일 가뭄 예·경보를 발표해 물 관리에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5월 전국 강수량은 55.9mm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모내기 실적이 전국적으로 77.6%에 달해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며 전국의 농업저수율도 평년의 115%에 달할 정도로 넉넉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가뭄 피해가 남한에 비해 극심한 것은 물 관리를 위한 댐, 제방 등 사회기반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70%가 산이어서 빗물을 가두지 않으면 빠르게 바다로 흘러간다. 6월 말부터 3개월간 집중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모아 두어야 이듬해에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 1만7000여 개의 댐과 저수지에 물을 저장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200만 개, 유럽은 100만 개 이상의 댐과 보를 건설해 빗물을 관리하고 있으며 수자원 이용도가 각각 69%, 75%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자원 이용도가 겨우 28%를 넘어선 수준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7%에 불과한데 북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8월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6.3mm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고 강수량의 지역적, 계절적 편차가 커지면서 수자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상습적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유엔은 2050년경 세계 42%가 홍수 위험 지역에 속하고 인구 45억 명이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포함된다. 강수량은 매년 늘어나는데 물 부족 국가가 된다면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보일 수 있다. 물 부족의 진실은 강수량 부족이 아니라 물 관리 부재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다.

앞에서 북한 조선중앙TV와 인터뷰를 했던 농업 관계자의 결론이다. “가뭄 현상은 결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대책을 철저히 세워 나간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