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해|
하동군 금남면에서 바라본 남해. 사진 오른쪽 다리가 지난해 개통된 노량대교, 가운데 보이는 붉은색 주탑의 다리가 남해대교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남해 하면 충무공 이순신과 태조 이성계가 건국 전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금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남해는 이 두 가지 외에도 다양한 명소가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입혀진 감성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림 같은 자연을 벗 삼아 걸으며, 바다와 산 근처의 갤러리에서 문화적 감성을 충전하는 곳. 여기에 모녀(母女)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음식들이 있는 곳이다.
다랭이마을
모녀의 여행에서 딸이 좀 더 동적(動的)인 활동을 원한다면 어부 체험을 추천한다. 앵강만 주위의 통발을 건져 올리는 것으로 각종 물속 생물을 만날 수 있다. 파도도 잔잔해 멀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다에서 앵강만을 바라보는 경치도 눈을 사로잡는다.
걷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면 앵강만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다랭이마을로 가보자.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을 ‘다랑이’라 부르는데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랭이마을’로 불러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 척 없는 마을이다. 마을이 해안 절벽을 끼고 있어 선착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 보니 마을 주민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다. 마을 위에 마련된 주차장에 자동차를 두고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논 사이로 마련된 산책로가 발걸음을 당긴다. 암수바위, 밥무덤, 구름다리 등을 한 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6월부터 9월까지 바다 체험, 손 그물낚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지만 마을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느낌도 정겹다.
남해 독일마을
미술을 좋아하는 모녀라면 바람흔적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미술관 주위 풍경이 아름답다. 산과 남해 유일의 내산저수지가 함께 어울려 바람이 머물다 갈 것 같은 여행의 쉼표를 선사해 준다. 2년 이상 전시 예약이 밀렸다는 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한 뒤 야외로 나가 바람흔적미술관의 상징인 바람개비와 저수지, 산,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의 파동이 잔잔해진다. 바래길작은미술관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바람흔적미술관(위)과 아난티 남해의 이터널 저니.
물건너온 세모점빵
좀 더 남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어머니를 위해 ‘나비생태공원’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원예예술촌’을, 딸을 위해서는 ‘물건너온 세모점빵’ ‘카페유자’ ‘돌창고프로젝트’ 같은 감성적인 공간을 추천한다.
여행정보
감성+ △시: 남해 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1960, 70년대 독일로 외화벌이를 떠났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해 정착한 독일마을의 유래와 아픔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 같은 장소들을 발견하는 재미. 인증샷은 필수! △중장년층: 바다와 숲을 벗 삼아 산책하기 좋은 곳이 많다.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충무공 이순신, 독일마을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자.
남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