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만리동 고갯길. 구불구불 미로를 찾듯 지나다 마주치는 낡은 간판이 요즘 그것처럼 세련되지 않아 오히려 신선합니다.슬레이트 지붕 아래 글자 하나가 딱 세월의 무게만큼 내려앉았습니다.
직원 서넛을 두고 내로라하는 정치인과 재벌 회장들의 머리를 다듬던 전성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일하며 ‘전통’ 이발 기술을 보전하는 데 힘을 쏟습니다. 감자 전분을 묻혀가며 머리 모양을 잡고, 가위 네댓 개는 바꿔 써야 마무리되는 이발. 비록 옛날 같지는 않다고 해도 오랜 단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온 젊은이들도 많아 아직도 하루가 짧습니다.
다만 이발 기술을 배우겠다는 후계자를 마땅히 찾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발을 하려면 가위부터 갈 줄 알아야 해. 그런데 그걸 하겠다는 젊은 애들이 없어. 귀찮대. 가위도 못 갈면서 남의 머리를 어떻게 만져. 못 가르쳐, 아니 안 가르쳐.” 꼿꼿하게 세월을 견뎌온 건물만큼이나 베테랑 이발사의 굳은 고집도 이곳에 단단히 터를 잡고 있습니다.
→ 서울 마포구 효창원로 97길 4-1 서울역 15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