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명상’이 뜬다
디지털 명상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밝히기 위한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는 디지털 명상 애플리케이션 ‘메디트레인’은 집중시간 등을 측정해 명상을 돕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메디트레인 제공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명상’이 확산되면서 다시 명상이 주목받고 있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상 효과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데이비드 지글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신경학부 교수팀은 6주간의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주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켰다고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 앱 켜놓고 호흡 조절하니 기억력 쑥
연구팀은 18세에서 35세 사이 참가자 59명에게 자체 개발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메디트레인’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호흡명상’을 매일 20분에서 30분간 수행했다. 앱이 명상음악과 전문가의 명상 지시를 들려주면 참가자가 이를 듣고 눈을 감은 채 따라 하는 방식이다. 짧은 명상 코너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그 시간 동안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는지 답했다. ‘예’를 누른 사람은 조금 더 긴 명상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아니요’라고 답한 사람의 명상 시간은 다시 단축됐다. 이를 통해 첫날 평균 20초 동안 호흡에 집중할 수 있던 참가자들은 30일간 훈련 끝에 평균 6분간 명상에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
○ 명상 콘텐츠 속속… 명상 앱 2000개 넘어
미국에서는 이미 유튜브나 앱을 활용한 디지털 명상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어디서나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 무기다. 명상 콘텐츠 전문회사 ‘캄’은 올해 2월 8800만 달러(약 104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만 1억5000만 달러(약 1779억 원)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명상 앱 ‘마보’가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명상 관련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앱 장터에 등록된 디지털 명상 앱만 2000개가 넘는다.
미국의 의학계 역시도 디지털 명상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미국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는 미국의학협회(AMA)와 독점 계약을 맺고 미국 내 의사 및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AMA 소속 의사의 절반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다 심하면 의료 사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문제인데 이를 ‘디지털 명상’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 명상 효과는 여전히 과학적 논란
최근 5년간 미국에서만 연평균 1200건의 명상 관련 과학 논문이 발표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ST는 지난해 3월 명상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겠다며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했는데 당시에도 과학적 기반을 놓고 학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