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 부산공장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클린룸에서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MLCC는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에 필요하다. 스마트폰에는 1000여 개, TV는 2000여 개, 자동차에는 1만3000여 개가 들어간다. 1999년부터 21년째 MLCC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기 부산공장은 약 26만 m²의 땅에 20여 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50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는 부산지역 최대 사업장이기도 하다.
생산은 작은 불순물 침투도 어려운 ‘클린룸’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유전체 파우더와 재료 등을 혼합해 만든 슬러리(고체와 액체를 섞어 걸쭉한 상태)를 필름 위에 균일하고 얇게 코팅한 다음 세라믹 시트에 내부전극 스크린을 인쇄한 뒤 이를 원하는 수만큼 쌓는 과정이 이뤄진다.
완성된 MLCC 중 가장 작은 제품은 머리카락(0.3mm)보다 얇은 가로 0.4mm, 세로 0.2mm로 쌀 한 톨 크기의 2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를 비롯한 글로벌 MLCC 생산업체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특히 전장용 MLCC에 집중하는 추세다. 세계 MLCC 시장이 올해 14조 원에서 2024년 2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재 MLCC 시장 중 20%를 차지하는 전장용 MLCC는 2024년 약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용 MLCC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IT용과 비교했을 때 수명이 더 길어야 하고, 고온(150도 이상)과 저온(영하 55도), 고습도(85% 이상), 고전압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개발 기간도 IT용에 비해 3배 이상 걸리고, 가격은 3∼10배 더 비싸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 육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는 일본의 무라타에 이어 2위지만 전장용에 한해서는 무라타, TDK에 이어 3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사업장에 1000여 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투자도 늘리고 있다. 1∼4공장에 이어 5공장을 전장 전용으로 증설해 올해부터 가동 중이다. 전장용 MLCC 신원료동도 올해부터 짓기 시작했다.
정해석 삼성전기 컴포넌트전장개발 그룹장(상무)은 “삼성전기는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고 공급을 늘리고 있다”며 “부산과 중국 톈진에서 전장용 MLCC를 본격 공급하면 2022년 전장용 MLCC에서도 글로벌 2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