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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리더가 믿어야 할 神은 데이터다

입력 | 2019-06-17 03:00:0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5대 핵심 기술은 소셜미디어, 모바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다. 이제 기업이 이 5대 핵심 기술을 새로운 도구로 활용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것, 이른바 디지털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차원에서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해 혁신을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경영자 자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경영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리더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라 독선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로 인해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초하기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특히 중요한 사안일수록 직관에 의지할 때가 많다.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바로 이런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감에 의한 의사결정이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보다 효율이 낮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더욱이 기업 환경이 모바일, 클라우드,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경쟁 우위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혁신을 하려는 리더는 반드시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습관적으로 감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버릇과 충동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전환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이른바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같은 글로벌 최고 기업이 갖는 공통점은 바로 리더가 데이터 분석에서 나오는 경쟁력을 신봉한다는 점이다. 이들 리더의 공통된 신념은 “우리는 신을 믿는다. 그러나 (신이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In God we trust, but all others must bring data)”라는 문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누가 어떤 제안을 하거나 대책을 주장할 때는 데이터 분석으로 얻은 증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리더가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일상의 보고 과정에서 숫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매일매일 받는 보고(서)에는 종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나 제안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 제안이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면 보고서를 읽지도 마라. 리더가 일관되게 숫자를 요구한다면 직원들은 데이터 분석을 배울 수밖에 없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체계가 기업 내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이때 리더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숫자를 요구하되, 그 숫자를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의심을 통해서만이 확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숫자라도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대표적 예를 살펴보자.

미국의 한 선거에서 부부 22쌍의 투표 성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2명의 아내 중 단지 한 명만이 남편과 다르게 투표를 했고 나머지는 모두 남편과 같이 (남편이 표를 던진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놓고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이 자신의 의견대로 투표를 하는 경우가 극히 미미하다고 한탄하며 여성 운동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해석했다. 반면 남성우월주의자들은 여성 운동이 매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봤다. 22명의 남편 중 아내와 다르게 투표를 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겨우 한 명뿐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똑같은 숫자라도 어떤 의도,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숫자를 대할 때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하며, 숫자에 대한 해석이 과연 적절한지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

데이터에 대해 최소한도로 필요한 분석적 지식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데이터 수집과 가공, 저장 등 데이터 분석 기법에 대한 기초만이라도 공부하는 게 바람직하다. 데이터 분석의 주요 단계에서 직원들과 관련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때 리더가 그 내용을 이해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진호·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