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주말마다 집회-시위…곳곳 욕설-고성 오가는 싸움 일쑤 아이들 손잡고 나들이 나온 부모들…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너무 창피” 지나던 시민들 부딪쳐 다칠 위험도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서로 말싸움을 벌이던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이 말리고 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성과 욕설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기자가 광화문광장을 둘러본 15일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광장 곳곳에서 9차례의 다툼을 볼 수 있었다. 이 중 한 건은 112신고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이순신 장군 동상 앞쪽에서는 보수 성향의 ‘대한애국당’ 측과 진보 성향의 단체 ‘동해일출 의열단’ 간의 마찰이 있었다. 동해일출 의열단 측이 대한애국당의 천막농성장 가까이로 와 “대한애국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한 대한애국당 지지자는 욕설과 고성으로 맞받았다. 대한애국당은 지난달 이순신 장군 동상 서쪽에 ‘3·10 애국열사추모’ 천막 두 동을 설치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다가 숨진 5명을 추모한다는 취지다.
‘세월호 기억공간’이 설치된 광화문광장 남단에서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측 1인 시위자들과 보수 성향의 집회 참가자들이 충돌했다. 이들은 서로 ‘나이 들었으면 곱게 꺼져라’ ‘○○팔이 하지 마라’ 등의 막말을 주고받았다.
이 같은 마찰로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시민들이다. 15일 여자 친구와 함께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김민우 씨(28)는 몸싸움을 벌이다가 뒷걸음질을 치던 집회 참가자와 부딪칠 뻔했다.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초등학생 15명을 이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인솔 교사는 깜짝 놀라 아이들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급히 움직이던 경찰들이 아이들과 부딪칠 뻔했기 때문이다.
광장 남단에 배치된 100여 명의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시비가 붙을 때마다 달려가 말렸지만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광화문광장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서만 집회 시위 참가자들끼리의 다툼으로 형사 입건되는 사람이 네다섯 명은 된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