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 프란치스코-술탄 알 카밀 만남 800주년 기념행사 준비 석일웅 수사
가톨릭 수사가 불교를 접해 보라고 권해도 되는 걸까.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인 석일웅 수사를 13일 서울 종로구 성 안토니오 수도원에서 만났다. 기자가 아직 종교가 없다고 하자 그는 “천주교는 (처음 종교를 접하는 이에게는) 조금 딱딱할 수도 있고, 절이 분위기가 편안하니 한번 다녀보라”며 웃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가톨릭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의 석일웅 수사(58)는 13일 서울 종로구의 성 안토니오 수도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성 프란치스코와 술탄의 만남은 이후 가톨릭 역사에 이교도 배척과는 또 다른 유산을 남겼다. 작은형제회는 성 프란치스코와 술탄 알 카밀의 만남 800주년을 기념해 특별강좌와 함께 기념 음악회(9월 중)를 연다. 터키문화원과 공동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인 석 수사에게 유일신 믿음을 가진 종교가 근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물었다. 석 수사는 “교리를 갖고 부딪치기 시작하면 내가 옳다는 걸 밝히기 위해서 상대가 틀리다는 걸 증명할 수밖에 없다. 그럼 서로 죽일 일만 남는다”며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종교가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 수사는 최근 예멘 난민 수용을 두고 일었던 사회적 논란에 대해 “논쟁만 쳇바퀴 돌듯 되풀이될 때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며 “종교가 난민 포용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며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성 프란치스코가 지은 ‘태양의 찬가’의 후렴구에서 제목을 따왔다. 석 수사는 생태적 영성에도 성 프란치스코가 일찍이 인식의 전환을 이뤘다고 했다. “그는 새와 소통하고, 인간과 늑대가 행복하게 공존할 가능성을 찾기도 하고, 해를 형님으로, 달과 죽음을 자매로 불렀어요. 수직적 관점이 지탱하던 중세에 이미 만인과 만물의 수평적인 관계로의 전환을 인식한 거지요. 사람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보시기에 좋은’ 상태로 잘 보존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어요.”
석 수사는 성 프란치스코가 강조한 가난은 물질적 가난뿐 아니라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존재론적 반성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지만 행복을 모르지요. 경쟁에서 이겨야 비로소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받아들여지고요. 그러나 성 프란치스코의 삶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는 사실에 눈을 뜨게 해줍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