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클리음대 ‘프레지덴셜 스칼라십’ 선발된 경희대 3년 은정아씨
서울 종로구 SJA 실용전문학교에서 만난 미국 버클리음대 장학생 은정아 씨.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은정아 씨(24)의 청춘은 조금 다르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가 최근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그것도 세계에서 단 8명만 뽑은 ‘프레지덴셜 스칼라십’이다. 4년간 학비, 기숙사비, 장비 구입비를 포함해 총 26만8000달러(약 3억17000만 원)을 지원하는 파격 혜택이다. 주중에는 학업에 열중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음악 공부를 한 그에게 장학생 선정은 로또 1등 당첨처럼 벼락같은 일이었다.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은 로또와 다르다.
최근 서울 종로구 SJA 실용전문학교에서 만난 은 씨는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안정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걸 좇는 게 맞다고 봤다”고 했다.
음악은 그저 막연한 꿈이었다. 현악기 공방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두 분은 인천에서 헤비메탈 밴드를 하다 만나 결혼하셨다고 해요. 특이하죠?”
여섯 살 때 아버지가 사준 피아노로 어머니에게 연주를 배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하지만 철학과 정치학에 흥미가 깊었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생활하던 은 씨에게 수억 원이 드는 미국 음악 유학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2학년을 마치고 동네 실용음악학원에 다녀 보다 SJA 실용전문학교에 등록을 한 게 새 꿈의 불씨가 됐다.
은 씨는 CJ문화재단이 버클리음대와 손잡고 제정한 장학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일반적인 ‘부분 장학금’으로는 유학이 불가능했으므로, 처음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프레지덴셜 스칼라십’에 명운을 걸었다. 버클리음대에 제출한 오디션용 자작곡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Too Young to Adventure.’
2월 버클리음대 일본 오디션도 아르바이트비를 탈탈 털어 겨우 갔다는 그는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 은 씨는 “9월 시작할 미국에서의 첫 학기 생각에 설렌다”며 “세계에서 모이는 독특한 음악 친구들과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은 씨는 대학 친구들은 자신이 음악을 해왔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며 빙긋 웃었다.
“이 기사가 나가면 알게 되겠죠. 음악 유학이 끝나면 경희대에 복학해 철학도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