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ea FARM SHOW]굴통조림 생산 ‘대일수산’
대일수산 직원들이 굴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생굴 껍데기를 제거하는 박신 작업을 하고 있다. 굴 양식과 채묘, 박신, 가공과 포장 등 굴 통조림의 일관 제조 체제를 갖춘 대일수산은 신선도와 맛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다(왼쪽 사진). 외국에서 인기가 더 높은 대일수산의 생굴과 가공 상품인 ‘델리씨’ 통조림. 대일수산 제공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조선 수군에게 큰 아픔을 안긴 칠천량 해전의 현장이다. 바다에는 대일수산의 굴 수하식(垂下式) 양식장을 표시하는 하얀색 스티로폼이 줄지어 떠 있었다.
국내 최대 수준의 굴 가공업체인 이 회사 입구에는 ‘델리씨(DELISEA)’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델리씨는 영어 Delicious(맛있는, 기분 좋은)와 Sea(바다)의 합성어다. 대일수산이 생산해 수출하는 수산가공품 브랜드다.
델리씨의 인지도와 신뢰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다. 대일수산의 매출 70%는 수출을 통해 올린다. 전통적인 생굴 소비국인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말린 굴 및 가공품 수출 시장인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유럽 등으로 진출했다.
이 회사는 3대 대물림으로도 유명하다. 대일수산은 1963년 굴 양식업을 시작했다. 이영만 부사장(45)의 할아버지인 1세대 이종포 전 대표(1980년 작고)가 일본에서 들여온 기술을 접목했다. 2세대이자 이 부사장의 부친인 이정태 사장(72)은 당시 통영수산고 학생이었다. 이 사장은 1987년 법인을 설립하고, 1992년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등록하면서 통조림 제조 및 수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3세대인 이 부사장과 동생도 가업을 잇고 있다. 이 부사장은 전남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해양과학대에서 굴 가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내공’을 쌓았다.
대일수산의 주 생산품은 생굴과 건조굴, 냉동굴과 굴 통조림이다. 굴 통조림은 델리씨 훈제굴, 델리씨 올리브 훈제굴, 델리씨 훈제 종합세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꽁치, 고등어 통조림은 국내 유수 기업의 주문을 받아 납품한다. 생굴은 하루 5t, 냉동굴은 6t, 건조굴은 10t을 가공할 수 있다. 굴 훈제 통조림과 굴 보일드 통조림은 각각 6000캔 생산이 가능하다.
2000년 굴 통조림 시장에 진입한 중국은 정부 지원과 싼 인건비를 토대로 미주 시장을 넓혀가는 추세다. 대일수산 관계자는 “중국 상품과 경쟁하기보다는 고품질, 고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유일의 굴 일관(一貫) 생산 시스템”
거제시 관계자는 “대일수산은 국내 최고 굴 가공·수출업체일 뿐 아니라 독보적인 부분도 많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굴 양식장을 보유하고, 자체적으로 박신(剝身·굴 껍데기 제거)을 하며, 가공과 포장 등 일관(통합) 체제를 갖춘 세계 유일의 굴 통조림 생산업체라는 점이다. 공정마다 시간 지체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선도와 맛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도 이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여기에다 첨단설비와 자동화를 겸비했다. 건조와 냉동, 포장 등의 공정은 완전히 표준화돼 있다. 엑스레이 검사기는 굴의 살에 박힌 작은 굴 껍데기도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모든 굴은 세 차례에 걸쳐 이 검사기를 통과한다. 분석실에서는 전문 인력이 세균과 패류독소를 정밀 검사한다.
요즘 대일수산 직원들은 칠천량 바다에서 굴 채묘(採苗·씨앗 받기)와 양식장 정비, 시설물 보강 등의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 수는 시기에 따라 진폭이 크다. 굴 양식과 채취엔 20여 명이 필요하다. 굴 껍데기를 까는 박신 작업에는 180명이 투입된다. 통조림과 냉동식품 제조, 마른굴 생산에는 150명이 종사한다. 전체의 80%는 지역주민이다.
수상과 인증 실적도 다양하다. 1996년 500만 달러 수출탑, 2000년 1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2007년 수산물 수출 10대 기업에 뽑혔다. 기획재정부장관상도 수상했다. FDA 등록은 물론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 인증과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았다. 국제식품안전 및 품질인증시스템(SQF)도 획득했다.
황평길 경남도 수산물유통담당은 “대일수산은 좋은 원료와 깨끗한 시설, 축적된 기술력이 강점이다. 이 회사 통조림은 각종 국제 안전기준에 맞춰 생산할 뿐 아니라 유럽과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태 사장은 “해외 시장 개척, 바이어 초청 등에 거제시의 도움이 크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시장에서 인정받는 세계 최고의 굴 가공업체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