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실무협상 나서라” 변화 촉구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스웨덴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6.15/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사전 실무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북-미 간 동시다발적 대화 재개의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남북미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을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이 북한에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에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국면 전환의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열흘 남짓의 데드라인이 남은 가운데 정부도 잇따라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 선(先)실무협상 강조한 文대통령
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스웨덴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간의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국 정상이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면서 또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면서도 “실무협상을 토대로 양 정상 간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지난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를 못 한 채 헤어지는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親書)를 보내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얼어붙었던 북-미관계에 해빙(解氷)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1, 2차 회담 때처럼 미국의 실무협상 요구를 외면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싱가포르 1차 회담 때는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북-미 실무선에서 먼저 원하는 것을 좁혀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스웨덴 연설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대북제재 완화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한국이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남북, 북-미 동시다발적 대화 불씨 지피기
북유럽 순방 전까지만 해도 정부 내에서 공공연하게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던 6월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직접 서로에게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확실히 앞선 상황보다는 진전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퀸스 플러싱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9주년 기념 한반도 정세와 향후 전망 통일 강연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답은 북한에 있다.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단을 내려 침체한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 구조를 되살리는 것이 미국의 정책을 바꾸고 남쪽과도 협력하는 길”이라고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