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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패스-강한 멘털… 메시의 길 가는 ‘막내 형’

입력 | 2019-06-17 03:00:00

[U-20 월드컵 준우승]18세 이강인, 최우수선수 ‘골든볼’




트로피도 받고, 엔도르핀도 주고… 한국의 이강인이 16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시상식에서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왼쪽 사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6일 새벽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팬들이 전광판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날 시민 2만2000명(대한축구협회 집계)이 경기장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전을 벌였다. 우치=AP 뉴시스·뉴시스

“우승 못 했어도 후회는 안 합니다. ‘한 팀’이라 행복했는걸요.”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어린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에 앉거나 누웠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강인(18·발렌시아)은 주저앉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의연하게 형들을 위로했다. 골든볼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도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의 계보를 이을 한국 축구의 미래임을 입증했다. 나아가 ‘축구 스타의 등용문’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이 대회에서 ‘제2의 메시’로 성장할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32·FC 바르셀로나)는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골든볼을 수상했다. 메시의 그때 나이가 이강인과 같은 18세다. 같은 나이의 이강인은 준우승을 하고도 골든볼의 주인공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골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의 활약이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시는 키가 170cm로 작지만 축구 재능과 감각을 타고났다. 173cm인 이강인도 메시처럼 기술 축구를 구사한다. 메시처럼 경기를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는 능력을 지녔다. 감각적인 패스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도 메시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이강인은 기존 한국 선수들과 비교해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캐릭터와 결도 다르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한 재능과 마주하고 있다. 벌써 메시와 비교하긴 그렇지만 충분히 메시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 MBC 해설위원도 “이강인은 남미와 스페인 축구를 섞은 새로운 스타일의 플레이를 구사한다. 아직 메시급은 아니지만 그 정도까지 갈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이 보여준 실력이라면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뿐만 아니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시는 2005년 20세 이하 월드컵이 끝난 뒤 그해 8월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바로 데뷔전을 치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도 출전해 득점까지 했다. 이강인은 3월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소집 명단에 포함됐지만 아직 A매치는 치르지 못했다. 이강인은 2021년 열리는 다음 20세 이하 월드컵에 ‘막내 형’이 아닌 ‘진짜 형’으로 나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한편 이강인이 뛰고 있는 스페인 현지 언론도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에 주목했다. 발렌시아 지역지 ‘엘데스마르케’는 “이강인은 이미 그의 연령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전했다. ‘데포르테발렌시아노’는 “이강인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경기력으로 준비를 마쳤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1군에서의 역할을 정해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우치=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