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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120일 조업정지… 지역경제 타격 우려

입력 | 2019-06-18 03:00:00

환경부 “폐수배출 시설 부적정 운영”… 석포제련소 “충분히 소명할 것”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난달 환경부의 120일 조업정지 조치로 위기에 몰렸다.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는 약 1년간 1조4000억 원 가량의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제강 업체, 자동차 업체, 조선해양 업체 등에 미치는 악영향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지방소멸’ 국면에 놓인 경북 북부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이 영풍 석포제련소인 셈이다. 관련 업계는 “영풍 측의 조업정지로 인해 직원,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1만8000여 명의 제조업체 종사자들이 생계곤란 및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풍 측은 “일단 19일 경북도 청문회 때까지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강업계 등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난달 환경부로부터 ‘120일 조업정지’ 사전통보를 받음에 따라 제조업계에 큰 태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철업계 주요 생산자이자 영풍 산(産) 아연의 핵심 수요자이기도 한 포스코, 현대제철 등도 대기환경보전법으로 약 10일의 조업정지를 받아 자칫하면 고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국면이 벌어졌다.

경북도 측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올해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환경부 기동단속반의 조사 결과 폐수 배출 시설 처리 부적정 운영(이중옹벽조)으로 120일 조업정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내용은 영풍 측이 종합집수지 청소를 위해 사용하던 세척수가 시간 당 40L 분량으로 이중옹벽조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영풍 측은 “이중옹벽조 자체는 경북도에서 인허가를 받은 오염방지시설”이라며 “폐수가 강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설을 두고 ‘잘못된 폐수 처리 방식’이라고 재단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의 120일 조업정지는 기업 자체의 매출 손실 이외에도 다양한 제조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호상 비철금속협회 상근부회장은 “영풍, 포스코, 현대제철은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공장을 멈춰 본 일이 없다”며 “금속의 제련, 제강 과정이 일관 화학 공정(금속물질을 순차적으로 분리해 내고 처리하여 소재로 가공하는 공정)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집중해 공장을 멈추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강 부회장은 “이들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려면 준비기가 필요하고 회복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120일 조업 정지 조치를 받은 영풍은 1년을, 10일 조업 정지 조치를 받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6개월씩을 쉬어야만 한다”고 우려했다.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영풍 측의 조업정지로 인해 제강업계와 관련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10조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로 인한 기술적 위험도 상당한 부담이다. 아연 제련 과정은 다양한 불순물과 부산물이 섞인 정광 가루에서 황산과 산화아연을 분리해 내고, 전해용액에 해당 산화아연을 녹여 아연액을 만든 다음 불순물 제거, 전기분해(전해), 주조 등의 절차를 거친다. 영풍 측에 따르면 제련소 가동 중단 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전해공정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아연금속 등이 전해액과 반응할 경우 수소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가연성 수소가스가 공기 중 4% 이상으로 올라 수소 폭발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영풍 측의 입장이다. 최근 강릉에서 있었던 수소 가스 폭발 사고 이상의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셈이다.

경북 북부 유일 인구 늘어나는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가 경북 북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구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초미의 관심사다. 작년 영풍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 대부분이 경북 도민(안동, 영주 포함)이며 제련소 정규직 및 협력업체 직원 상당수가 석포면 주민”이라고 알려졌다. 봉화군 석포면 인구는 2017년 12월 기준으로 총 2215명(남자 1205명, 여자 1010명)인데 인구의 40%가량이 석포제련소 직원(1200명)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부양가족을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영풍 석포제련소로 인해 살아가는 셈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봉화·의성·영주 지역은 전형적인 농산촌으로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박탈감이 매우 심한 지역”이라며 “주민들을 먹여 살릴 만한 산업 기반도 부족하고 복지나 교육,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월 기준 인구 3만3000명인 봉화군은 인구 감소가 제일 심한 ‘소멸위기’ 지역이다. 10년 전에는 3만5300명 수준이었지만 계속 인구가 줄면서 2000명이나 지역 밖으로 빠져 나간 것이다. 반면 봉화군의 읍면 중에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지역이 석포면 일대다. 2007년 2000명이었던 인구가 올해 7월 기준으로 2200명까지 늘었다. 석포초등학교 학생도 2010년 88명에서 최근에는 110명(병설유치원 학생까지 포함하면 150명)까지 늘어났다.

조용환 한국농어촌빅텐트 대표는 “지방소멸 위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의 통폐합론이 제기되는 국면에서 영풍 제련소 정지는 사실상 한 지역의 분배 시스템을 괴멸시키는 카드”라며 “농어촌 환경오염에 대한 보다 복합적인 분석을 통해 기업과 환경 분야가 상생할 수 있는 활로를 뚫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영풍 측은 “120일 조업정지로 인해 제조업 전반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만큼 온 힘을 기울여 소명하고 있다”며 “일단 19일 경북도 청문회 때까지 충분히 설명하고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