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업종’ 카드결제 분석해보니
주52시간 근무제가 직장인들의 소비 생활을 바꾸고 있다. 퇴근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편의점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돈을 쓰는 시간대도 예전보다 빨라졌다. 동아일보가 삼성카드와 함께 2017년과 올해 직장인들의 카드 사용 명세를 비교해봤다. 일반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백화점, 사우나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5대 업종을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간 직장인의 카드 사용 행태에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됐다.
○ 오후 5∼9시 결제는 늘고, 9시 이후 결제는 줄고
일반 음식점의 경우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 결제 건수는 2017년에는 전체의 11.3%였지만 2019년에는 12.2%로 0.9%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결제는 같은 기간 전체의 15.9%에서 14.0%로 1.9%포인트나 감소했다. 카페도 오후 5∼9시 사이 결제건수 비중은 0.7%포인트 늘었지만 오후 9시 이후부터 밤 12시 사이에는 1.6%포인트 줄었다.
음식점과 카페의 오후 9시 이후 카드 결제 비중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객은 두 곳에서 1.4%포인트씩 결제건수 비중이 감소했지만 남성 고객의 경우 각각 이보다 많은 2.2%포인트, 1.8%포인트가 줄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상대적으로 남성 직장인의 귀가 시간을 당기는 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과 백화점에서의 소비시간대도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는 오후 5∼9시 사이 결제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했고 백화점에서는 0.7%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오후 9시 이후에는 두 업종 다 각각 1.3%포인트, 0.1%포인트 줄어들었다. 사우나의 경우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 결제건수 비중이 0.7%포인트 늘었지만 오후 7시 이후로는 2.0%포인트 떨어졌다.
○ 외식→취미로 소비 패턴 변화
퇴근이 빨라지면서 취미생활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2년 차 직장인 황모 씨(31)는 얼마 전부터 퇴근 후에 스쿼시 강습을 받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이후 오후 8시 전후였던 퇴근시간대가 6∼7시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입사 후 5kg이 찐 황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스쿼시를 선택했다. 황 씨는 “예전에는 일이 끝나면 쉬기 바빴는데 이제 운동을 할 수 있으니까 재밌고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직장인의 회식이 줄어들면서 울상이 된 외식 업체들은 이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소비가 외식업에서 여가 관련 업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식당들은 직장 회식이나 모임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단위 손님들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