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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檢총장 윤석열 지명… 집권 후반도 적폐수사로 지새울 건가

입력 | 2019-06-18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이 있긴 하지만 임명은 국회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윤 후보자가 임명되면 2021년 7월까지 2년간 총장직을 맡는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도 적폐청산 수사를 이어갈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인선에서는 개인적 수사 역량보다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킬 자세와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큰 변화를 역사적 혜안을 갖고 풀어갈 역량까지 요구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인선은 정권 어젠다를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데 우선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자가 지휘한 ‘적폐 청산 수사’로 그동안 기소된 사람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120명이 넘는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핵심 참모와 장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의 기관장 중에서는 같은 식구인 전 검찰총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소된 셈이다.

정부는 그것을 대단한 성과라고 자부할지 몰라도 과유불급의 부작용은 의외로 심각하다. 검찰이 전례 없이 직권남용 혐의를 남발해 기소하니 공무원들은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직권남용으로 보복당할 것을 우려해 복지부동하고 있다. 표적을 정하면 별건(別件) 수사로 탈탈 털어서라도 본건(本件) 자백을 압박하고 통하지 않으면 별건으로 기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표적이 된 일부 기업에서는 수사관들이 1년 넘게 상주하다시피 하며 자료를 뒤지니 업무가 마비돼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낮춰 전임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당시 고검 검사 신분의 윤 후보자를 파격적으로 지검장에 임명했다. 이번에 다시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로 고검장도 거치지 않은 그를 총장에 지명했다. 검찰 관행대로라면 윤 후보자 동기인 사법연수원 출신 23기까지 검사장급 이상 간부 30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동기들 9명은 남는다고 하더라도 21명이 교체된다. 검찰 조직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직된 기수문화는 넘어서야 하지만 기수를 아예 무시한 검찰 인사는 줄 세우기의 또 다른 폐단을 낳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적폐청산 수사를 마무리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회 원로들의 충고에도 “반(反)헌법적인 것이기에 타협이 쉽지 않다”는 말로 단칼에 거부했다. 적폐 청산에 계속 매달리고 있으나 청산의 지속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무슨 도움을 줄지는 많은 이들에게 의문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