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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빠르면 경제가 나빠질까요?

입력 | 2019-06-18 03:00:00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고령화란 노인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 사회가 얼마만큼 고령화돼 있는지를 평가할 때 유엔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을 사용합니다. 이 비율이 7%, 14%, 20%를 넘어서는 경우를 각각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불과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이러한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편입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기까지 미국은 69년, 독일은 40년이 걸렸으며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고 알려진 일본도 24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는 6년 후인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고령화 속도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 경제 성장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력이 적절하게 공급돼야 하는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일할 능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줄어들어 노동 공급이 감소하기 때문이죠.

물론 고령층이 청년층에 비해 노동력 측면에서 우수한 점도 있습니다.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산다고들 하지요?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은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체능력이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모르는 이야기가 없지만, 스마트폰 다루기는 어려워하듯 말이죠. 그래서 고령화가 사회 전체의 노동생산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신산업 분야에서는 고령층보다는 청년층이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데, 고령화가 진행되면 이러한 분야의 발전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고령화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를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고령층은 젊은 세대에 비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비율이 낮고 소득이 적어서 소비도 적게 하기 마련입니다. 또 고령층은 집이나 땅 등 부동산을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할 때마다 팔아서 현금화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비를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고령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고령화는 국가의 지출을 늘리는 반면에 수입은 감소시켜 정부의 재정 상황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의료비 및 연금 지급이 늘어나 이들 비용을 부담하는 기금이 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경우 정부가 재정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도 매우 높은 편이어서 고령층의 기본적인 생계 보장을 위한 재정지출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고령화로 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 세금을 통해 국가가 거둬들이는 재정수입은 감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를 두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고령층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알맞은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노동공급 감소나 재정부담 증가 같은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노동공급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청년과 여성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또 고령층이 소득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주택 등의 자산을 쉽게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고령화가 경제 성장 속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지는 않았습니다. 은퇴 준비를 잘하면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될 수 있듯이, 우리 경제가 준비만 돼 있다면 고령화의 영향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지원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 / 이상아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