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도 부호 가문인 밴더빌트가 상속녀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17일(현지 시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 글로리아는 미 사교계 유명인사이자 화가이며, CNN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 어머니다.
쿠퍼는 이날 생방송으로 어머니의 부음을 전하며 마지막 순간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발표문에서 “글로리아 밴더빌트는 삶을 사랑했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낸 비범한 여성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그녀는 95살이었으나 그녀와 가까운 이들은 그녀가 그들이 아는 가장 젊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쿨’하고 현대적인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글로리아는 미국의 ‘철도왕’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의 후손이다. 192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다. 2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사망하며 400만 달러를 상속 받았고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산을 둘러싸고 어머니와 고모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고모 아래서 성장했다.
결혼 생활은 4번 했다.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지휘자와 이혼한 뒤 마지막 남편이자 앤더슨 쿠퍼의 아버지 와이엇 쿠퍼와 결혼했다. 와이엇 쿠퍼는 결혼 15년 만에 심장수술을 받다 세상을 떠났다. 글로리아는 그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영원히 내 곁에, 가슴에 남아있는 사람’이라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쿠퍼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 아들이 눈앞에서 투신 자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글로리아는 1997년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아들의 투신 사실을 고백했다. 약물로 인한 우발적인 선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앤더슨 쿠퍼는 2014년 “유산은 인간의 진취성을 망친다”며 자신의 몫인 2000억 원대 유산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